7채 '집부자'가 1순위 당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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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A씨는 수도권에 주택을 7채나 갖고 있는 '집부자'다. 그는 2005년 수도권의 30대 평형 아파트를 추가로 분양받았다. 이 지역은 무주택자 우선공급제도가 적용되는 곳이다. 투기과열지구 내에 집이 2채 이상 있는 사람은 1순위 청약을 할 수 없다. 하지만 A씨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새 아파트의 주인이 됐다. 감사원은 9일 "주택공급제도 운영 실태를 감사해 보니 부동산 관리 시스템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는 지난해 3~5월 건설교통부와 고양시 등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부적격 당첨자 무더기 적발=감사원은 2003~2005년 투기과열지구에 건설된 28개 단지(2만6000여 가구)를 조사했다. A씨와 같이 부적격자인데도 1순위 청약을 해 당첨된 사람이 332명(1.3%) 포함돼 있었다. 적발된 사람 가운데는 7주택자가 2명, 3~5주택자는 51명이나 됐다. 같은 기간 투기과열지구 내에 분양된 437개 주택단지(19만여 가구) 중 80.5%인 352개 단지가 주택 전산검색을 전혀 하지 않고 입주자를 확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사업주체 대부분이 아무런 전산 검색작업 없이 입주자를 확정하고 있었고▶이를 감독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할 건교부 등 행정 당국은 뒷짐만 진 채 상황을 방치했으며▶그나마 정부 주택전산망은 건교부 따로, 금융결제원 따로 운영돼 제 기능을 못했다고 밝혔다.

또 일선 시.군.구는 조합원과 당첨자 명단을 금융결제원에 아예 통보하지 않거나 2~3년씩 늦게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49개 지자체 650개 조합 중 65%인 421개 조합 7만5000여 조합원이 당첨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139명은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1순위로 또다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공무원에 특혜 분양=분양업체가 예비 당첨자에게 공급해야 할 미분양 아파트를 몰래 빼돌려 관계 공무원이나 분양업체 임직원에게 특혜 공급한 비리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대전시 대덕테크노밸리 등 7개 주택단지를 조사했다. 7개 단지 모두 분양소장과 업체 임직원들이 공모해 미계약 주택 중 로열층을 빼낸 뒤 3000만~4500만원의 웃돈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공무원들에게 특혜 공급됐다.

대전시 유성구의 한 아파트 분양소장은 미계약 및 부적격 당첨자 주택 82채 중 로열층 54채를 빼돌렸다. 그 뒤 각각 4500만원의 웃돈을 받고 담당 공무원의 장인과 회사 사장 등에게 공급했다. 유성구의 한 주택 담당 공무원은 분양업체가 빼돌린 로열층 아파트 분양권을 싼값에 사들였다가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위장전입 또는 사업용 토지를 취득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다 적발된 공직자도 61명이나 됐다.

◆뒤늦은 제도 보완=감사원은 직무와 관련해 분양권을 불법 취득한 공무원 2명에 대해 파면을 요구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건교부 등 해당 기관에 철저한 제도 보완 및 개선을 요구했다.

건교부도 부적격 당첨자로 판명난 471명에 대해 주택 공급계약을 취소했다. 또 관련 사업주체 10곳과 분양업체 7곳, 그리고 분양소장 등 부정행위 관련자 13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건교부 내에는 '주택공급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아파트 분양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또 모든 청약업무의 은행 위탁을 의무화하고 건교부와 금융결제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전산시스템 연계 체제도 구축하기로 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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