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을 위한 세계사
김윤태 지음
도서출판 책과함께 452쪽, 1만4800원
이 책의 특징은 집요하게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이다. '왜 영국과 유럽은 산업화에 성공하고 중국과 동아시아는 실패했는가''프랑스 혁명은 왜 왕을 처형했는가''마르크스는 왜 영국에 갔을까''킹 목사는 왜 비폭력운동을 주장했나''소련은 왜 붕괴했는가'등의 문제 제기가 계속된다. 이는 "과거의 사실을 알기 위해서만 역사를 읽는다면, 이는 지적 호사가의 취미에 불과할 것"이란 저자의 소신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서문에서 "역사의 이유에 대한 이면을 탐구해야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꿈꿔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나의 질문에 여러가지 다른 대답이 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유럽이 중국보다 발전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주장을 소개했다. ▶중국은 가부장제가 시종일관 유지돼 계층적 서열이 고정돼 있었기 때문에 변증법적 발전이 없었다. ▶중국의 유교와 도교는 유럽의 개신교와 달리 합리적 정신을 긍적적으로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리적 사회제도를 만들 수 없었다. ▶중국은 전통적인 농업생산으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산업생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정답'없는 역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저자가 내놓은 역사책인 만큼 세계사의 주요 사건.현상들을 우리나라 현실과 연결해 해석한 점도 신선하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관한 장(章)에선 하리수가 등장하고, '르코르뷔지에와 모더니즘 건축'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문화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아예 '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의 지구화'란 주제도 따로 마련돼 있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