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쿠~울한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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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No! 사랑은 Yes!

이전과 달라진 또 한가지가 바로 결혼관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남녀 모두 절반 이상이 '평생 결혼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남자 54.8%, 여자 62.9%)'고 답했다.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할 수 있다는 응답도 남성 51.6%, 여성 42.9%에 달했다.

강민석(33.인테리어 회사 운영).손미혜(27.중소기업 비서)씨 커플은 요즘 연인들의 달라진 연애.결혼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안 한, 법적인 '미혼'이다. 그러나 평범한 동거 커플보다 좀 더 '쿨'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집이 따로 있다. 그럼에도 자신들을 '부부와 다름없는'사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이 다르지만 같은 차로 출퇴근하고, 부부 동반 모임에도 스스럼없이 참석한다. 가끔은 여행도 함께 간다. 이런 식으로 관계가 지속된 지 벌써 3년째다. 양쪽 집안에서도 이들의 관계를 인정한 상태다. 지난해부터는 양가 대소사에도 꼬박꼬박 참석한다.

강씨는 "형식적인 절차는 안 따랐지만 이미 우리는 정신적 반려자"라며 "사랑한다면 꼭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씨도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 대해 더 조심스럽고 예의를 지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개방적이 될수록 동거 등 개방적인 남녀관계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결혼한 커플의 90% 가까이가 혼전 동거를 경험하는 '동거 공화국' 프랑스도 1968년 이른바 '68혁명' 전까지는 동거 비율이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

이화여대 이재경(여성학) 교수는 "순결 이데올로기의 퇴조 등으로 동거에 대한 사회적 허용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도 동거 커플의 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부모의 명시적.묵시적 동의하에 동거하는 커플이 늘어나는 것이 최근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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