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 뇌물풍조 극심/지방주민 평양이주 10만불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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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방북 미 교포 밝혀
식량난등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뇌물풍조가 만연,당에 「헌금」이라는 이름으로 뇌물을 바치면 북송 재일교포들도 일본방문이 허용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통일원이 지난 4월과 5월에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재미교포 4명이 북한에서 보고 들은 실상을 정리한 「방북 재미동포들을 통해본 최근의 북한실태」에서 드러났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체제에 대한 주민의식=북한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일에 대한 존경심은 미미한 편이며 당간부와 관료들 사이에서는 북한사회가 지상낙원이 아니며 김일성이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따라서 간부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김일성의 사후처신문제에 부심하고 있다.
▲식량문제=지방거주 주민들은 양권을 한달에 15일분만 배급받음으로써 굶는 사람들이 많다.
▲뇌물풍조=당에 1백∼2백달러 기부하면 이에 상응하는 혜택이 돌아오는데 당에서는 이를 뇌물이 아니라 헌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미교포가 당에 2백50달러를 희사하면 북한거주 가족에게 집을 한채 할당해 준다는 것이다.
한 교포는 지방거주 친척일가를 여러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평양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정권기관 고위층 인사와 교섭한 결과 10만달러를 요구했으며 북한에 사는 손자 결혼식비용으로 1천3백달러 정도를 내고 가족들만 참석시킨 가운데 음식점에서 기독교식으로 결혼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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