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던 투자가들 속속 돌아오네요"|주식투자 상담사 오기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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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썰렁한 객 장에 직원 서너 명이 모여 앉아 한담을 나누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물 건너 간 것으로 여겨졌던 주가가 연일 폭등세를 보이자 주식투자 상담사인 오기숙씨(32·여·동서증권 본점영업부)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주식이 재미없다」며 증시를 떠났던 투자자들이 속속 되돌아오고 증권에 관심조차 없었던 사람들까지 몰려오는 바람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산다고 한다.
자신의 판단과 책임아래 이뤄지는 주식투자에 무슨 상담이 필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초보자나 「큰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보에 밝고 주식투자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이치다.
오씨는 1천만원 규모의 소액투자에서부터 6억 원을 굴리는「큰손」에 이르기까지 50명의 고정고객을 갖고 있으며 매일 20∼30명의 투자자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이중에는『나는 주시에 까막눈이니 아가씨가 대신 사주시오』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
오씨의 손을 통해 거래되는 주식만 해도 하루 평균 8천만∼l억 원이나 된다.
『주식투자에는 늘 긴장하고 초를 다투어 승부를 거는 등 묘미가 있다』고 말하는 오씨가 증권사에 발을 처음 들여놓은 것은 지난78년 1월.
투신사에 근무하던 4촌 오빠의 권유로 동서증권에 입사한 오씨는 그동안 을지로·저동 지점 등에서 일하며 증권업무에 대한 기초지식을 익혔다.
본점영업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난89년 4월 증권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투자상담 사 자격시험에 합격, 같은 해 7월부터 본격적인 상담에 나서게 됐다.
현재 전국의 투자상담 사는 6백34명(증권사 직원 4백95명·기타 l백39명)이나 되지만 이중 여사는 오씨를 포함, 단 21명에 불과하다.
증시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린 지난 2년 동안 오씨는 적잖은 마음고생을 감내 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음달에는 주가가 괜찮아집니다』하며 주식을 사줬다가 오르기는커녕 곤두박질쳐 상당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20일 이후 증시가 회복단계를 넘어 과열양상을 나타내면서 오씨의 인기도 주가만큼이나 올라가고 있다.『주식을 항상 바닥에서 사서 천장에서 팔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오씨는 지금처럼 과열된 분위기일수록 기업내용이 건실한 우량·대형주를 사 두는게 좋다고 귀띔한다.
아직 미혼인 오씨는 현재 연봉이 1천5백 만원 정도.<글=박의준 기자·사진="장충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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