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지 않는 중도 성향 … 일단 중립지대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6일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한 23명의 의원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23명 중 13명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 출신이다. 수도권은 선거 때마다 '바람'을 많이 타는 지역이다.

중도 또는 중도 보수 성향의 의원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당내에선 탈당 의원들 중 다수가 정치 현안에 대해 평소 목소리를 높여 자기 주장을 펼쳤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 화제다. 탈당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사립학교법.국가보안법 개정 문제 등 당내에서 진보와 보수의 목소리가 부딪쳤을 때 그다지 '튀는' 행동을 보인 의원은 거의 없다. 열린우리당의 컬러가 진보 성향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과거 경력으로 봐도 민주화운동 세력이나 당료 출신보다는 관료.학자.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이 많다. 그래서 이런 의원들이 정치 생명을 건 탈당을 결행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인 게 의외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김한길 전 원내대표가 축이 되긴 했지만 중도를 지향하는 참여 의원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이들이 "잠시 중립지대로 긴급 피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 18대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지역에 따라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으로 옮기는 게 유리한데 그럴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임시로 중립지대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인 여권 지지세력의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 이들에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은 커다란 부담이다. 그래서 정치 생명을 건 모험을 했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탈당한 의원 상당수는 "지역 여론을 들어보면 모두 탈당하라고 한다"(이근식 의원)고 말하고 있다. 이들에겐 탈당이란 행위가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채 한나라당의 경선 결과와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여부 등 향후 정국 판도를 지켜본 뒤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한 일종의 '정거장'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다른 당으로의 이동 가능성을 거듭 부인한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집권은 절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거론되는 추가 탈당 의원들=탈당 의원들은 앞으로 여러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우선은 이날 탈당한 의원 23명과 이미 탈당한 의원 6명, 그리고 앞으로 탈당할 의원들이 행동을 통일해 하나의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들 중엔 시장주의자도 있고 복지우선주의자도 있다. 보수적인 주장을 펴는 의원들이 섞여 있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른 이념과 성향을 극복해야 하는 내부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주도하는 교섭단체는 일단 24명의 의원으로 출발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탈당한 염동연 의원이 동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지방선거 전략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권선택(대전 중.무소속) 의원도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교섭단체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 역할을 맡게 될 최용규 의원은 "앞으로 합류하는 의원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유선호(전남 장흥-영암) 의원이 김태홍(광주 북을) 의원과 함께 탈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퍼져 있다. 이상경(서울 강동을) 의원과 안민석(경기 오산) 의원도 "탈당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돈 문제는 어떻게=자금 문제도 있다. 23명의 탈당 의원은 조속히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되 신당 창당작업은 외부 인사 영입 상황을 봐가며 시간을 두고 검토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상 국고보조금은 교섭단체를 꾸린 '정당'에만 지급된다. 선관위의 국고보조금 지급일(15일) 이전에 신당을 꾸리면 10억여원을 지원받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탈당파 의원들은 급한 대로 100만원씩을 갹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이 국회에 교섭단체 등록을 마치면 국회 내에 사무실 공간과 실무인력을 지원받게 된다.

김정욱.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