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는 스타를 시기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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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6월 국가대표 배구선수인 김은석(고려증권)이 백혈병으로 숨을 거둔데 이어 국가대표를 꿈꾸던 상업은행 야구팀의 최동명(29)투수가 또다시 백혈병으로 쓰러져 충격을 주고있다.
최는 지난80년 신일고시절 박흥식(LG) 김형석 구천서(이상OB)등과 함께 고교야구를 주름잡은 사이드암 투수.
최는 경희대를 거쳐 85년 당시 프로야구MBC에 지명됐으나 국가대표를 꿈꾸며 상업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최는 입단 다음해인 86년 약체 상업은행을 서라벌기·마산시장기 준우승팀으로 끌어올리며 국가대표상비군에 발탁됐음에도 불구, 22세미만 선수만 받아들인다는 상무팀의 새 규정에 묶여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불운을 겪었다.
89년5월 제대한 최는 3년간 잃어버린 야구에 대한감(감)을 찾기위해 피눈물나는 훈련을 재개, 90년시즌 2승을 올리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올들어 상승세를 보이던 최는 5월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 여러병원을 거쳤으나 병명조차 모르다 지난달19일 서울대병원에서 청천벽력같은 백혈병진단을 받고 입원, 현재까지 처절한 투병생활올 하고있다.
올봄만 해도 탄탄한 체격(1m71㎝·80㎏)에서 뿜어나오는 날카로운 변화구로 태극마크를 달수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최는 개인훈련까지 강행하는등 총력을 쏟았으나 현재 10㎏이나 빠진 퀭한 모습으로 보기에도 안쓰럽다.
최는 현재 팀동료와 행원 15명이 헌혈한 피로 혈액을 보충하며 화학치료를 받고있다.
엄청난 치료비·약값, 그리고 보험혜택조차 없어 수술비는 2천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해 용달조합에서 정년퇴직한 부친 최준홍(60)씨로선 마련할 길이 암담한 실정이어서 온 집안식구들은 한숨만 내쉴 뿐이다.
1남3녀중 셋째인 최는 아직 미혼이며 병원측은 환자의 강한 의지·체력으로 소생 가능성이 50%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료들이 피를 뽑아주고 주머니를 털어 약값을 마련하고 있으나 최로선 언제까지 이들의 우정에만 기댈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스포츠계에는 지난84년7월 프로야구 OB코치인 윤몽룡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으며 지난해에는 아마복싱유망주 강현수(19·서울체고)가 역시 이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또 올6월에는 투병과 재기속에 코트로 되돌아온 배구의 김은석이 끝내 병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같은 운동선수의 백혈병사망에 대해 윤몽룡선수를 치료한바 있는 백혈병전문의 김동집(가톨릭의대교수)박사는 『보통남자 10만명에 4명정도 백혈병이 발병하고 있으며 운동선수와 백혈병과의 관계는 아직 연구된바 없다』면서 『현재까지 발병 원인을 알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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