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산소 소주 곧 서울 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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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전 소재 소주 회사 선양의 김광식(사진) 사장이 서울을 찾았다. 자사의 '맑을 린' 소주 수십 병을 싸들고서다. 6일 서울 종로의 한정식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전에서만 알리기가 아까워서 왔다. 너무 자랑스럽다"라며 소주병을 치켜들었다. 병에는 '특허받은 맑을 린 소주'라고 특별 제작된 라벨이 붙어있었다.

선양은 지난해 말 산소를 분자 단위로 쪼개 소주에 녹여 넣는 기술로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 이 기술개발에 착수한 건 2005년 초. 진로에서 30년 몸담은 그가 막 선양의 사령탑에 앉은 뒤다. 당시 선양은 유일한 시장인 대전.충남 지역에서조차 진로의 참이슬에 밀려 3년째 고전하고 있었다. 이 지역 시장점유율은 한때 38%까지 떨어졌다.

'숲 속에서 술을 마시면 왜 빨리 깰까.' 아이디어는 이런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착안한 게 산소였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음용 산소의 효능에 대한 확신을 더했다. 간이 알콜 성분을 분해하려면 핏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다량 필요한데, 산소가 포함된 소주를 마시면 이 작용이 더 빨리 일어난다는 것이다.

2005년 9월 반년이 넘는 연구 끝에 맑을 린을 내놨다. 산소를 21ppm 정도 녹여 넣고(음용수엔 함유된 산소는 보통 7ppm) 알콜 도수를 20도로 낮춘 '순한 소주'의 효시 격이었다. 하지만 숙취가 덜하다는 증거를 내놓진 못했다. 대학 연구실에서 윤리 문제를 내세워 인체 실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우리끼리 소주를 마시고 재보면 선양의 30분 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다른 제품보다 훨씬 낮게 나온다"고 주장했다.

시장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맑을 린' 출시 1년 만에 진로에 빼앗겼던 대전.충남 지역 소주 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이 참에 서울 시장을 넘본다. 상반기 중에 서울 영업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주세 등을 빼면 440억원에 불과하다. 대규모 판촉보다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하는 배경이다. "소주 경쟁이 컨셉 경쟁으로 변했어요. 마셔본 분들의 평판으로 승부해 보렵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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