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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청산 국제조류에 합류(막오른 남북유엔시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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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호실체 인정 “통일의 기틀”/당당히 「제목소리 외교」펼 입장확보
정부가 5일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에게 유엔가입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안보리가 8일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권고결의안을 채택할 것이 확실시돼 사실상 남북의 유엔 공존시대가 시작된다.
정부는 이미 건국이래 15차례에 걸쳐 유엔가입신청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세계 모든 국가의 지지로 가입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정부가 이미 외교경로를 통해 우방들과 협의한 결과 우리가 이날 신청서를 낼 경우 이미 북한이 지난달 8일 제출한 가입신청서와 단일안으로 오는 8일쯤 안보리 결의안으로 의결될 전망이다.
북한도 한국만 선별적으로 처리되고 자신들은 배제될 것을 우려해 단일안으로 처리할 것을 희망한다는 뜻을 안보리에 밝혀뒀기 때문이다.
유엔에는 이미 1백59개국이 가입하고 있어 가입신청순서에 따라 북한은 1백60번째,남한은 1백61번째 가입국이 되고 미크로네시아·마셜군도 등 다른 두나라가 1백62번째와 1백63번째 회원국이 된다.
현재 한국이 갖고 있는 국제적인 비중으로 볼때 유엔회원국이 된다는 것 자체가 별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편성의 원칙으로 볼 때 뒤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가입을 막아온 한반도의 특수상황이 이제 국제적 변화의 물결을 타고 변화하고 있다는 데서 우선 그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이제까지의 비정상적인 국제관계에서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기몫을 찾게 되었으며,스스로의 정당성을 갖은 방법으로 국제사회에서 구걸하는 구차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또 우리의 이익을 다른 나라를 통해 대변해야 하는 절름발이 외교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갖고 대처하게 되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더구나 남북한이 동시에 전후체제의 상징인 유엔의 회원국이 됐다는 것은 냉전체제에 마지막 종언을 뜻하는 것이기도해 한반도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유엔회원국이 되면 국제문제에 발언권을 얻는등 여러가지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도 따르게 된다.
무엇보다 회원국으로 가입을 신청하면서 제출하게 되는 유엔헌장 수락동의서에 따른 분쟁의 평화적해결과 무력불사용,유엔활동의 지원 등이다.
유엔가입의 또 다른 의미는 남북한이 서로의 실체를 사실상 인정하게 돼 평화통일의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이다. 남북은 자신들의 유엔가입이 「하나의 조선」정책을 포기하고,남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내용일뿐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독일통일 이후 독일식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유엔가입등 외교정책에서도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하나의 조선」정책이 아니라 사실상 현상유지정책을 기조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정부는 유엔가입을 계기로 이러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국제무대에서의 남북한협조를 다진다는 방침아래 유엔에 상설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가입 신청에서부터 우리측의 협의제안을 거부했었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로 보아 유엔에 가입하면 총회발언과 제1분과위 발언 등을 통해 정치선전적인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즉,휴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한반도의 비핵지대화,미군철수를 비롯해 불가침선언채택 등을 촉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옥 외무부장관도 『그러한 책동은 지지하는 세력이 미미할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외면과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한의 유엔가입은 또 남북한과 주변 4강국과의 관계개선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중국은 한국과 사실상 전면적인 관계개선은 시간문제라고 하면서도 북한을 의식해 수교시기를 늦추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의 유엔동시 가입은 중국의 이같은 부담을 최소화시켜 주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소련에 이어 중국과도 정식수교를 하게되면 일본과 미국의 대북관계진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북한 수교협상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미­북한간 비공식접촉도 보다 양성화될 여건이 이뤄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북한의 대외교류 확대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는 외부압력으로 작용해 남북대화의 진전등 통일로의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할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김진국기자>
◎가입절차 어떻게 되나/7일 안보리심의→8일 결의→9월17일 총회승인/이사국들 토론·투표없이 만장일치통과 이미 합의
한국정부가 유엔가입신청서를 내면 앞으로 5단계의 절차를 거쳐 최종마무리된다.
①유엔안보리이사국들의 처리일정·방식을 논의할 비공식·비공개 회의 ②안보리이사국들의 공식회의를 통한 처리 방법결정 ③회원국가입 심사위원회의 심의 ④안보리가입권고 결의안 채택 ⑤유엔총회의 가입결의 등이 그것이다.
5일 오후 한국의 유엔가입신청서를 접수한 케야르 사무총장은 이를 즉시 유엔안보리에 넘기게 된다.
이때부터 유엔가입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안보리심의가 시작된다.
한국의 유엔가입신청을 접수한 안보리의장(현재 아얄라 라소 에콰도르 대사)은 6일 오전 안보리이사국들과 비공식접촉을 통해 처리방안의 일정을 협의한다.
이번에 가입을 희망한 나라는 남북한외에 미크로네시아·마셜군도 등 4개국.
이사국들 사이에 처리방안·시기 등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안보리의장은 7일 공식회의를 소집,이를 공식의제로 채택하고 유엔가입심사위원회에 회부한다.
안보리의뢰를 받은 심사위원회는 한국 등의 가입신청서와 의무이행선언등 신청서상의 하자가 있는지를 검토한후 심사보고서와 가입권고 결의안 초안을 작성,이를 안보리에 보고한다.
이 심사위원회의 심의 및 보고는 7일 오후 중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나라마다 별도의 가입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관례나 동서독을 단일결의안으로 처리한 관례에 따라 남북한을 단일결의안으로 처리할 것을 이미 합의해 놓고 있다.
8일 오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안보리회의는 이미 이사국들끼리 합의한대로 3개결의안을 토론·투표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는 이 가입권고 결의안을 총회에서 처리해달라는 문서와 함께 유엔사무총장과 총회에 회부하게 된다.
안보리를 거친 가입신청권고 결의안은 9월17일 개막되는 46차 총회 첫날 회의에 보고되어 최종승인을 얻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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