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품질·미 만족스런 명품 디자인"

중앙일보

입력

1980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액세서리 브랜드 루이까또즈. 루이14세의 이름에서 비롯된 브랜드명은 태양왕이 통치했던 화려한 시절을 떠올린다. 패션 강국 프랑스의 위상을 담아 액세서리 브랜드로서 다양한 아이템을 20년 넘게 선보여왔다. 아직도 깨어지지 않은 최고가 악어가죽 지갑을 만든 기네스북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 프랑스 브랜드의 본사가 지난해 말 한국인에게 인수되었다. 같은 시기, 브랜드 재도약의 일환으로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를 런던에 세웠다. 이곳의 디자인 디렉터를 맡은 조명희. 충분히 명품의 가치를 지녔음에도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루이까또즈의 인지도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브랜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인이 만드는 최초의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를 향한 그의 꿈을 프리미엄에서 만나보았다.

"대학 시절 무용을 전공했습니다.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무용전공이라 하면 다들 놀라시는데, 사실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다 일맥상통입니다. 액세서리 가게의 딸로서 어깨 넘어 배운 것들도 무시할 수 없겠죠. 어렸을 때부터 늘 가방이며 기타 액세서리들을 가까이 접했고 자연스레 저만의 개성과 감각을 키워왔습니다."

무용학도로서 특별히 디자인 공부를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사롭지 않았던 그녀의 감각은 어떻게든 빛을 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졸업 후 의류브랜드 이신우에 디자이너로 발탁되어 일할 수 있었던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재능을 좀 더 날카롭게 갈고 닦고자 그는 런던 유학 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의상디자인을 공부하며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의 브랜드 '스토리'는 리버티, 갤러리 라파예트 등 유명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유럽소비자의 인정을 받았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와의 협동작업으로 잘 알려진 영국브랜드 톱숍에 '명희 조 for 톱숍' 라벨도 내걸었다. 디자이너로서 세계를 무대로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 새 20년이 흘렀다. 유럽 감각을 몸소 체험한 그가 바라보는 한국 소비자의 취향은 어떠할까.

"한국소비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명품지향적, 특히 당시 유행하는 브랜드를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유럽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필요사항을 우선시합니다. 예를 들어 파티에 들고 갈 클러치백이 필요하면 클러치백을 가장 잘 만드는 브랜드를 찾아가죠.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때 가장 유행하는 고가의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명품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말입니다."

조씨는 한국 소비자의 유행편향성을 지적하며, 우리나라에서 명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형성되어 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그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기를 바란다. 맹목적으로 트렌드만을 추종하다 보면 자신만의 감각을 키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능성, 품질, 그리고 미. 이 세 가지가 그가 생각하는 명품의 필요충분조건. 더불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명품은 오리지널리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를 위해 이번 시즌 루이까또즈의 그것을 찾아 80년대로 돌아가 이를 재해석했다.

"많은 이들이 미니멀리즘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기계적이고 차가운 미니멀리즘은 이제 통하지 않지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소비자는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온기 넘치는 손길 하나가 더 느껴지는 제품을 원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의 혼,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미니멀리즘의 구현이 그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조급하지 않게, 고객으로부터 명품으로서 인정받을 그날을 확신하며 고유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디자이너 조명희.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그의 손에서 탄생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프리미엄 심준희기자 june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