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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의 소리] '복지' 목마른 사회복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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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평균 근로시간 주 52시간, 평균 근무기간 2.6년, 4년제 대학 졸업 1년차 평균연봉 1천3백만원, 종사자의 50%가 이직을 고려하는 직종.'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지사들의 현주소다. 이는 사회복지계의 풀리지 않은 오랜 문제다. 대상자들과 그 가족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람으로 알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온 사회복지사들이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열악한 근무조건과 과중한 업무, 낮은 임금, 사회의 잘못된 편견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헌신과 봉사정신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묵묵히 일해온 사회복지사들에게도 이제는 적절한 대우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과 시스템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과로사로 주위를 안타깝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얼마 전에는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사회복지사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지 10일 만에 숨졌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계속된 야근으로 병원에 갈 틈이 없어 자신의 병이 암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내다 갑자기 사망했다고 한다. 이런 사건을 제외하고도 사회복지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이유는 많다.

사회복지사의 평균 연봉은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 임금의 60% 수준으로 종사자들의 생활 유지 자체가 힘들다. 이는 간호사.교사 등 타 휴먼서비스 전문종사자들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편이어서 전문직 자체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어렵다. 근로자로서 당연히 지급받아야 하는 각종 수당에 대한 지급기준도 모호해 야근수당.휴일근무수당 등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봉사.헌신만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복지계에서는 사회복지사끼리 결혼하면 예비수급자가 탄생한다는 씁쓸한 농담이 나돈다.

2004년 예산 중 사회복지 전문인력 예산은 당초보다 4백59억원 삭감됐다. 정부의 이런 정책은 복지국가를 꿈꾸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복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계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사회복지사들이 대상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의 삶과 가정의 복지를 책임질 수 없다면, 앞뒤가 안 맞는다. 더 나은 복지 서비스를 펼치기 위해서라도 사회복지사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 복지예산 비율이 최하위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더욱이 그 안에서도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은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사회복지사의 보수 지급기준을 교사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인건비를 책임져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별로 천차만별인 급여 및 근무기준을 체계화해 사회복지사들 간의 위화감을 해소하고 협력하며 일하는 체계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회복지사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격려해야 한다. 해마다 사회복지대회 때 훈.포장 관계를 신청하면 정부는 규정에 의해 수여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규정이 없다면 체계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평생을 사회복지에 몸담으면서 살아온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을 치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체 사회복지사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자신의 일에 보람과 긍지를 갖게 하는 일이 된다.

사회복지사들의 어깨에 복지 대상자들의 꿈도 놓여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나 또한 평생을 사회복지계에 몸담았던 사회복지사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도한다.

최성균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