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1월] 초대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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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뮤즈에게 - 김복근 -

애모의 옷자락은 헤어지고 바래지고
때 절은 얼굴 위에 눈빛만 살아남아
그대의 차가운 초상 아픔이 떠옵니다
가을빛 서정이 하얀 달로 내려오면
그리움은 또 다른 그리움을 몰고 와
오롯이 떠오른 얼굴 고이 안아 그립니다
안으로 안으로만 타오르는 열정은
주갈 든 가슴속의 가여운 넋이 되어
또 한번 일으킨 불씨 여미고 또 여밉니다

<약력>▶1950년 경남 의령 출생▶85년 '시조문학'으로 등단▶시조집 '인과율''클릭! 텃새 한 마리'▶현재 경남시조시인협회장

<시작노트>

나무 위에서 늦은 가을이 떨고 있다. 사랑도 정점에 다다르면 가녀려지는가. 가로수의 이파리가 처연하다. 돌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정령이 있다고 믿었던 조상들의 지혜를 생각한다, 현대는 '갈등과 대립의 시대'라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겹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허덕이며 사는 자신의 초상이 초라하다. 무위자연을 즐기던 조상의 정신세계를 그리워하며,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가슴에 묻어둔 그리움 하나 꺼내본다. 사랑을 노래하는 시가 위의를 찾아 상생의 관계를 회복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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