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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 '그레이 박사 구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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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한 실종된 연구원을 찾기 위해 실리콘 밸리가 첨단기술을 총동원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그가 소속된 MS는 물론 미 항공우주국(NASA).구글.아마존 관계자들이 컴퓨터 전문가, 대학교수들과 힘을 합쳐 수색 작전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실종된 사람은 저명한 컴퓨터 과학자인 제임스 그레이(63.사진) 박사. 그는 지난달 28일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유골을 바다에 뿌리기 위해 자신의 요트(사진 아래)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서쪽 바다로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그의 직장 동료와 제자.친구들은 바로 구조팀을 구성했다. 이후 이들은 밤을 새워 가며 그레이 박사를 찾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의 조셉 헬러스타인(컴퓨터과학) 교수는 먼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에게 e-메일을 보내 '구글 어스(earth.google.com)'의 인공위성 사진 판독기술 지원을 얻어냈다. NASA의 에임스연구센터는 고해상 디지털 카메라를 탑재한 고(高)고도 항공기를 띄워 실종 예상 지역을 샅샅이 촬영하도록 주선했다. NASA의 고고도 항공기는 주로 기후변화 연구에 투입되는 최첨단 기종이다.

위성사진 업체인 디지털글로브는 위성을 이용해 실종 해역에 대한 정밀사진을 찍었다. 그레이 박사의 친구들은 해안경비대 소속 항공기로는 접근하기 힘든 해안 낭떠러지의 후미진 곳 등을 수색할 수 있는 저비행 항공기도 투입했다. 이들이 이렇게 구조에 진력하는 것은 전문가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도 있지만 그레이 박사가 컴퓨터 과학계에서 그만큼 거물이기 때문이다. IBM 등을 거쳐 10년간 MS에서 일하고 있는 그레이 박사는 많은 양의 정보를 분류하는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분야의 선두 주자로, 온라인 쇼핑 프로그램 탄생도 주도했다. 1998년에는 컴퓨터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기도 했다.

헬러스타인 교수는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그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는 우리들의 친구이자 과학계의 역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색 작업은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튜링상=컴퓨터 부문의 권위 있는 국제학회인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이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1912~54)을 기념해 이 분야에서 공헌한 개인에게 주는 상이다. 66년 생겼으며, 컴퓨터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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