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악의 온상」 구룡성 탈바꿈(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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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민 이주시켜 공원으로 재개발/내년부터 본격적 건물철거 개시
「최후의 무법지대」로 남아있던 홍콩의 구룡성이 홍콩당국의 공원화계획에 따라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
『경찰도 혼자서는 들어서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철저한 암흑지대였던 구룡성이 「역사의 에어포킷」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밝은 태양아래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홍콩의 계덕국제공항으로부터 북서쪽으로 8백m거리에 위치한 구룡성은 홍콩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관리권은 중국정부에 있어왔던 「나라안의 이국지대」였다.
그러다가 홍콩의 중국 귀속을 10년 앞둔 지난 87년 사실상 홍콩정청의 관리아래 편입되면서 구룡성은 비로소 수술대위에 오르게된 셈이다.
약 2만7천평방m 넓이의 구룡성은 멀리서 얼핏보면 거대한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성안에는 최고 14층에 이르는 건물 3백50동이 난마처럼 얽혀 미로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퇴락한 건물속에는 매춘부·아편중독자·도박꾼·범죄자등 3만3천여명이 모여 고인 물처럼 살아간다.
보안등 하나없는 통로가 곳곳에 입을 벌리고 있고 때묻고 갈라진 건물천장에선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구룡성은 마치 폐허화된 도시를 연상시킨다.
단순히 군사기지의 기능만이 부여됐던 구룡성이 관공서가 설치돼 본격적인 행정구역으로 자리잡은 것은 청나라때부터다.
청나라는 1840년 구룡성에 광대한 성벽을 쌓아 비로소 「성」의 면모를 갖춰 놓았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조가 붕괴,북경의 간섭이 사라졌던 구룡성은 2차대전 당시 홍콩을 점령한 일본군에 의해 성벽이 헐렸다.
구룡성은 1949년 중국공산당정부가 수립되면서 대륙으로부터 난민이 스며들기시작,구룡성은 서서히 슬럼화돼갔다.
홍콩정청은 사회악의 온상으로 자리잡은 구룡성을 몇번이나 허물려고시도했으나 그때마다 관리권을 쥔 중국정부의 항의가 잇따르고 주민폭동마저 일어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홍콩의 중국반환이 확고하게 결정되자 중국정부가 더이상 관리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게 된데다 도시재개발의 필요성도 커지면서 홍콩경찰은 87년 구룡성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구룡성을 대규모의 시민공원으로 탈바꿈 시킨다는 계획아래 추진되는 구룡성철거작업은 현재 차질없이 수행되고 있다.
구룡성내의 과자가게·식당등 총8백70개의 점포 가운데 지금까지 보상금을 받고 철거된 점포수는 모두 4백80개에 이른다.
일반주민들에 대한 이주보상금도 이미 19억원(1천9백억원)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대로 나간다면 주민이주는 연내에 마무리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건물철거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마의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홍콩의 치부로 남아있던 구룡성의 모습은 이제 갖가지 신화만을 남긴채 사라져가고 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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