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이다" "튼튼한 집이다"|팔당호 골재채취 논란|29일 최종결정 앞두고 건설부·환경처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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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깨끗한 물이 우선인가, 튼튼한 집이 우선인가.
팔당호 골재채취문제를 둘러싸고 일년여간 계속되는 논쟁이다.
「식수 우선」 「골재 우선」의 논란을 빚었던 팔당호 골재채취사업이 신도시 부실공사에 따른 불량레미콘 파동 이후 사업재개 여부가 또다시 논란거리가 되고있는 것이다.
물에 씻지 않은 해사,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우석 골재를 쓰면서 부실공사를 하느니 팔당호 골재를 쓰자는 것이 골재업자와 건설당국의 입장이고,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수질을 골재채취로 오염시킬 수 없다는게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29일 국무총리 주재로 환경보전위원회를 열고 팔당호 골재채취에 대한 정부의 최종방침을 결정할 예정인데 어떤 결정이 난다하더라도 논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팔당호골재문제의 주무부처인 환경처의 입장은 한마디로 「불가」다.
그러나 골재수급 주무부서인 건설부 실무자들은 환경처와 실무협의를 한 적이 없다며 29일 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정부로부터 지난해 팔당호 골재채취 허가를 받은 7개 업체들은 이미 1백20억원을 투자해 놓은 상태여서 불허방침이 최종결론으로 나올 경우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가 쪽이 우세>
반면 환경단체들과 팔당호 인근주민들은 이미 지난해 실시된 시험준설 당시만 해도 심한 악취가 났었음을 예로 들어 「허가」로 정부방침이 뒤집어질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입장에서도 스스로 팔당호 골재채취가 수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놓고 허가→보류의 두 줄타기를 계속해와 한쪽으로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입장이다.
그러나 심각한 골재난은 엄연한 현실이고 보면 팔당호 골재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검토와 골재채취가 수도권시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건설당국 및 건설업체들은 최근의 불량 레미콘파동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골재공급에 기인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85년만 해도 1천8백만입방m씩 나오던 한강골재는 87년 99백만입방m을 기점으로 89년 5백만입방m, 90년 5백80만입방m 등으로 급격히 줄어든데다 팔당 이남의 한강에서 퍼낼 수 있는 골재는 올해로 거의 끝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수도권 골재수요는 신도시건설 등으로 81년의 2천6백81만입방m에서 90년에는 5천6백40만입방m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해사나 석산 골재를 쓰지 않고는 도저히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2배정도의 비용을 들여 해사나 석산 골재를 가져온다 해도 강모래로 만든 콘크리트보다 내구성이 약하다는 게 레미콘업계의 얘기다.
따라서 건설업자나 골재업자들은 총7천만입방m의 매장량을 지닌 팔당호 골재를 신도시 건설현장 등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부 당국자는 『7천만입방m의 골재라면 수도권 전체의 1년간 골재수요(6천만입방m)를 충당하고도 남으며 5개 신도시 건설에만 국한해서 쓸 경우 연간수요량 8백만∼1천만입방m를 아무런 무리 없이 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년의 경우 필요한 골재량 6천4백82만입방m 중 허가된 공급량은 4천84만입방m이고 실질적으로 공급가능 한 것은 3천6백72만1천입방m에 불과하다.
분당지역을 포함한 수도권동부지역만 보더라도 금년에 1백40만입방m의 골재가 부족한데 내년부터 미사리 골재공급이 중단될 경우 총5백만입방m 정도는 별수 없이 해사 등으로 보충해야 한다.
중동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서부기역의 경우는 금년도 수요량 9백21만1천입방m 중 8백67만입방m만이 공급가능 한 실정인데 모두가 화성·옹진 등지의 해사 8백만입방m와 우산 골재 67만입방m로 채워져 있어 하천골재의 공급이 이미 중단된 상태다.

<매장량 7천만㎥>
심지어 평촌·산본 등의 7천만평방m를 신도시건설 수요에 충당하자는 데에는 골재수급 차원에서만 본다면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물이다.
팔당의 골재채취가 수도권시민의 식수원을 오염시키느냐, 아니냐가 팔당 골재채취여부를 결정하는 열쇠다.
그러나 수질오염문제는 골재채취업자와 환경단체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고 환경전문가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처가 갈팡질팡하는 것도 문제를 꼬이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팔당호골재채취를 반대하는 환경처가 지난해 수질보전학회에 의뢰해 조사·발표한 바에 따르면 팔당호준설이 수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환경처는 팔당호 골재채취가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지난해 8월 한상욱 조정평가실장을 본부장으로 한 47명의 시험준설 조사단을 구성, 12월까지 9개 공구 중 제1공구인 경기도 남양주군 조양면 북한강에서 조사를 벌였다.
결론은 1공구 내에서의 준설작업은 팔당호 수질 및 생태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하루 3천2백입방m의 준설작업을 한다해도 팔당호 내 수질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1공구에서 약 7·2km 떨어진 팔당상수 취수구의 수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었다.

<준설 땐 심한 악취>
그러나 공해추방운동연합 등 17개 환경단체와 학계 일부는 그 같은 조사결과를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수질보전학회의 조사는 조사기간이나 조사시기 등에 하자가 있는 조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3개월간의 조사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할 수 없을 뿐더러 더욱이 홍수가 지난 후의 조사는 퇴적물의 일부가 씻겨져 나간 뒤이므로 정확한 조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문은숙 연구원은 『현장확인 결과 준설작업을 진행하자 퇴적물이 떠오르면서 극심한 악취가 났었다』며 『눈으로도 확인 가능한 사실을 놓고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한 수질보전학회의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팔당호 골재채취의 당위성으로 거론되는 골재 난은 2백만호 조기건설 등 잘못된 주택정책에 기인한 것인데 그 때문에 시민의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골재를 채취해야 한다면 각종 퇴적물제거를 위한 준설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팔당호 밑바닥에는 각종 퇴적 유기물이 북한강 쪽의 최저 30㎝에서 경안천 하류의 최고 7m까지 총1백80만입방m가량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경안천 지역의 2, 3공구는 이미 다른 지역으로 대체됐지만 환경단체들은 나머지 공구에 대해 최소한 1년의 조사기간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해추방운동연합 등 17개 환경단체들은 「팔당호 준설저지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 팔당호 골재채취를 극력 반대하고 있다.

<"마구잡이식 곤란">
서울대 김상종 교수는 『준설은 침전속도가 느리고 체류시간이 긴 호소에 적합하나 팔당호처럼 체류시간이 5∼10일밖에 안 되는 곳에서는 문제가 있다』며 『성급한 준설로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나면 오염은 더욱 가속화, 트리할로메탄 등 발암물질이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준설관계자 및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설사 골재를 채취한다 해도 마구잡이 식으로 한꺼번에 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수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양을 지정된 구역에서, 지정된 방법에 따라 채취하기 때문에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상황은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설사 다소 문제가 덜 있는 1공구에 한해 골재채취를 한다 해도 하루에 퍼낼 수 있는 양은 극히 제한되어 있고 그럴 경우 연간 96만입방m의 골재량은 수도권 전체 골재 수요량의 1.5%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이처럼 평행선을 긋고 있다.
정부는 골재수급과 시민의식수원 보호라는 두 가지 의무를 동시에 지고있다.
따라서 결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골재채취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건설·골재업자, 학계, 시민들이 공동으로 수질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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