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여인 83년 부산서 사채모집 관련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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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사장은 지혜자이시니 돈을 모두 드려야 한다”/「삼우」설립전 밀착관계 밝혀져/본사 녹음테이프 입수… 박순자씨도 그자리 참석
오대양사건과 (주)세모와의 관계를 밝혀줄 핵심인물로 검찰의 수배를 받고있는 송재화씨(45·여)는 유병언씨(50)가 삼우트레이딩을 설립하기 이전부터 유씨와 밀착관계에 있었으며 80년대초부터 구원파신도들로부터 사채를 끌어들여 유씨에게 공급해온 사실이 본사가 단독입수한 송씨의 육성 녹음테이프에 의해 밝혀졌다.
또 송씨는 이같은 지나친 사채모집으로 인해 지난 83년 기독교 복음침례회(구원파)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일부 신도들이 이탈하는등 내분이 일자 각 지역을 돌며 설득작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83년 1월10일 오후 8시쯤 기독교 복음침례회 부산교회에서 1백50여명의 신도들을 모아놓고 송씨가 한 강연내용을 한 신자가 녹음한 테이프에 의해 확인됐으며 이날 강연장소에는 오대양사장 박순자씨와 오대양사건 당시 사망한 문미주(여)·권응수(여)씨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연에서 송씨는 힘찬 목소리에 비교적 빠른 말투였고 능숙한 억양을 구사,신도들을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송씨는 강연에서 『여러분중에는 유사장님이 설교를 그만두신후 최근에 구원받으신 분들이 많아 사장님에 대해 잘 모르시겠지만 유사장님은 「지혜자」이시고 생활에 앞선 분』이라며 『그분의 설교는 몇년후에야 깨달을 수 있다』고 설명,유사장을 떠받들고 있다.
송씨는 또 『내가 평소에 열심히 일하니까 사장님이 대구에 있는 집으로 데리고가 구경시켜 주셨는데 지하실에 진열된 여러가지 장비들을 보여주며 「이것들이 앞으로 공장이 가동되면 필요한 물건들」이라고 설명하셨다』고 말해 회사 설립전부터 유사장과 밀착돼 있었음을 증명했다.
송씨는 사채모집과 관련,『항간에 돈이 신앙과 무슨상관이냐고 하지만 요즘세상은 돈이 우상이기 때문에 이 우상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돈을 모두 유사장님께 드려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통용」이 정상적으로 된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개발비를 수억냈어도 소용없다』고 말해 본격적인 「다바치기 운동」에 착수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송씨는 『이제까지 사장님께 갖다바치면 복받는다고 생각해왔던 사람들중 일부가 최근 사장님께 소홀한 감정을 갖고있는 것같아 골치아프다』며 『내가 지방에 내려오게된 이유는 혹시 지방에도 이같은 이상한 풍조가 번질까봐 걱정돼서』라고 말해 당시 구원파내 일부 신도들이 「복음수호위원회」를 조직,교회헌금 유용과 사채모집에 반발하고 나서자 직접 해결에 뛰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송씨는 신도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내가 구원을 받고 얼마되지않아 삼우트레이딩회사가 생기기 직전 대전에서 12월말쯤 유사장 주관하에 주주총회가 있었는데 그날 모인 각 지역 대표들은 「전도냐,사업이냐」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며 이때 유사장님은 계속 사업쪽으로 설득했다』고 털어놓았다.
이같은 대립에 따라 복음수호회의 대표격인 이모목사가 삼우트레이딩 직원들에게 폭행당하고 이목사를 따르던 교인 수천명이 교단을 떠나는 사태로 번졌으며 이 과정에서 송씨에 대한 교인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교단이 일단 송씨를 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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