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처리해 식수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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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주 정부가 내년부터 일부 지역에 하수를 재처리한 물을 각 가정에 식수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시드니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 물은 위생적으로 처리돼 사람이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하수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비위를 상하게 할 수 있다.

퀸즐랜드주 정부의 피터 비티 주총리는 28일 "무척 어려운 결정이지만, 사람은 물을 안 마시고는 살 수 없으며 수자원은 너무나 부족하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하수 재처리수를 공급받게 되는 곳은 주도 브리즈번을 포함한 동남부 지역의 250만 주민이다. 현재 하수 처리수를 가정에 공급하는 나라는 수자원이 부족한 싱가포르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정도다.

주 정부는 원래 이 문제를 3월 최종 주민투표에 부치려고 했지만 강바닥이 마르는 등 가뭄이 심해지자 투표 없이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퀸즐랜드 내륙지방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첫 주민투표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재처리수 공급에 반대했다.

퀸즐랜드 수자원청에 따르면 동남부지역 댐들은 2000년 1월 마지막으로 만수위를 기록한 뒤 계속 수위가 떨어져 지금은 전체 용량의 23%만 채우고 있다. 올 여름에도 비가 오지 않으면 2009년엔 고갈될 전망이다.

연방정부도 하수 재처리수 공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도시 시드니와 수도 캔버라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는 주민의 저항감이 심하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호주 정부는 5년 넘게 가뭄이 들어 농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자 올해부터 물을 많이 쓰는 가정과 사업장.공공기관의 수압을 강제로 낮추는 극단의 절수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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