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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하 하동군수 때 과오 사죄"|이환령 박사 군민에「공출미협조」참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일제 말 27세의 젊은 나이에 군수를 지내면서 저자신의 출세와 보신에 눈이 어두워 죽창으로 위협까지 했던 저를 너그럽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하동군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법 철학계의 원로로 학술원회원이기도 한 이항령 박사(77·세계평화교수협의회장)가 50년 전 일제시대 때 하동군수로 재직하면서 저지른 자신의 죄과를 공개 사죄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 박사는 10일 오전11시 하동국민학교 강당에서 바르게살기운동 하동군협의회 초청으로 열린「도덕성 회복의 길」강연에서『50년 전 일제의 앞잡이가 돼 공출미를 탈취하고 일제에 협력을 강요했다』며『이런 부도덕한 사람이 이 자리에 선 것은 강연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웠던 과거에 대한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참회했다. 그는 이어『사죄를 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40년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졸업한 뒤 41년6월 하동군수로 부임, 43년 창령군수로 전보돼 그곳에서 해방을 맞았다.
해방 후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린 그는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하려고도 했으나 부인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청룡국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면서 범어사에서 참회의 참선을 했었다고 술회했다.
눈물의 참회와 함께 1시간 가량 계속된 이날 강연회에는 이박사의 군수시절을 잘 아는 20여명의 노인들이 자리를 같이해 눈길을 끌었다. 【하동=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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