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양」 7명 4년만에 돌연자수/눈덩이처럼 커지는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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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갑작스런 자수자체가 큰 의문/“32명 교살됐다” 미덥잖은 진술/서두른 수사종결 배후 없었나
【대전=특별취재반】 87년 8월 발생한 (주)오대양 32명 집단변사사건과 관련,당시 오대양 직원이던 김도현씨(38·서울 증산동)등 7명이 10일과 11일 경찰에 자수해옴으로써 4년만에 이 사건의 의문점들이 다시 제기되는 한편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진상이 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관계기사 22,23면>
당시 오대양사건은 32명이 한꺼번에 변시체로 발견됐었으나 경찰은 수사착수 1주일만에 집단자살로 추정하고 서둘러 수사를 끝내 자살동기,현장상황,1백70억원의 사채를 비롯한 오대양의 자금소비처 등 많은 의문점을 남겼었다.
특히 당시 오대양대표 박순자씨가 5공 권력층과 밀착되어 있었다는 제보가 잇따랐으나 경찰은 사건의 배후부분을 전혀 캐내지 못했었다.
이에 따라 충남도경은 이 사건의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김씨등은 경찰에서 자신들은 집단변사사건 당시 (주)오대양 채권자 집단폭행사건으로 수감중이었으나 32명의 집단변사사건 발생전 3명을 교주 박순자씨의 지시에 따라 집단폭행으로 숨지게 한 후 암매장한 사실이 있어 자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뒤늦게 사장 박씨에게 속은 것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수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경찰은 이들의 자수동기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집단으로 동시에 자수한 점이 의문인데다 공소시효(7년)을 절반이상 넘긴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고 있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범행을 털어놓은 것은 범죄인의 심리로 보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자수동기·배후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이들이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주)오대양 총무과장 노순호씨(당시 32세)가 오대양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는 핵심인물로 당시 경찰에서 2백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했던 점으로 미루어 이들의 자수가 노씨의 행방추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등은 집단사건 13일전인 87년 8월16일 이 회사 채권자 이상배씨(당시 54세) 부부를 집단폭행한 혐의로 같은달 24일 충남도경에 모두 구속돼 12월23일 모두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었다.
이들은 구속되기 전날인 87년 8월15일 총무 노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그 뒤인 8월17일 노씨를 본 목격자가 있다는 주장과 엇갈리고 있어 이 점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자수한 7명중 김씨가 사건당시 회사 관리부차장을 맡고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집단 자살극을 사전 계획하는 과정에서 숨진 노씨가 반대하자 사장 박씨의 지시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추궁하는 한편 사건당시 행방이 묘연했던 사채 1백70억원의 행방 및 이후 자금관리 등에 대해서도 재수사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11일 오전 11시 대전지검 송윤회 검사의 지휘로 김씨등이 노씨등 3명을 살해·암매장했다고 진술한 대전시 하소동 오대양농장옆 창고부지에서 시체발굴 및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특별취재반
▲박상하 차장·김현태·김종혁·최형규·홍병기기자(사회부)
▲신동연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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