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남아공 올림픽참가 허용/미도 경제제재 해제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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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종분리정책 폐지로 국제고립 탈피
【로잔·워싱턴 AP·AFP·로이터=연합】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폐지함에 따라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관계기사 19면>
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1년간의 제재를 해제,남아공의 올림픽 복귀허용을 발표했으며 미국도 조만간 남아공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할 방침을 시사했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이날 스위스 로잔 소재 IOC본부에서 샘 람사미위원장등 신생 남아공 올림픽위 간부 5명과 회담한후 기자회견을 통해 『남아공이 IOC에 의해 완전히 인정받았다』고 말하고 『남아공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뛰는걸 가능한한 빨리 보고싶다』고 말했다.
이로써 남아공은 70년 인종차별을 이유로 IOC에서 축출된후 21년만에 올림픽운동 대열에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됐으며 60년 로마대회이후 처음으로 내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소식통들은 IOC가 남아공회원자격을 재부여하는 조건으로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인종별로 분리된 국내 스포츠기구 통합 ▲올림픽헌장 준수 ▲국제경기연맹들과의 관계회복 등 모두 5개조건을 제시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남아공측이 지난달 인종차별의 마지막 법적 기틀인 주민등록법을 없앤 것이 IOC 재합류를 가능케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9일 남아공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 해제 여부를 「아주 빠른 시간내」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대남아공 제재조치 해제가 임박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와 관련,말린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5년동안 계속돼온 미국의 대남아공제재조치 해제를 10일이나 11일중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거릿 터트와일러 미국무부대변인은 국무부가 수주일간의 검토를 거쳐 지난 5일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남아공이 미국의 요구조건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대다수 미관계자들은 남아공의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대통령정부가 지난 2년간에 걸쳐 미의회가 대남아공제재조치 해제와 관련해 규정한 ▲인종차별관련법의 폐지 ▲국가비상사태해제 ▲야당등 정당의 합법화 ▲인종차별 없는 정부구성을 위한 흑인세력들과의 협상개시 ▲정치적 이유나 재판없이 불법구금된 모든 구속자의 석방 등 5개 전제조건 가운데 앞의 네가지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다는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나 정치범석방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봉쇄 더 끌면 자승자박”미 판단/개혁 노선으로 국제적 장애 극복(해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대남아공 스포츠 징계해제에 이어 미국도 금수조치 대부분을 해제키로 함으로써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20여년간의 고립을 청산,국제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이로써 남아공은 9백여명의 정치범문제도 일단은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정치범석방문제가 그대로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제재해제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생리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남아공이 주민등록법을 폐지한 것과 때를 같이해 일본이 매년 20%이내의 범위에서 무역을 확대키로 허용하고 이보다 앞서 유럽공동체(EC)각국들이 무기를 제외한 전품목의 금수해제를 결정한 마당에 미국이 대남아공 경제봉쇄를 계속한다는 것은 자승자박이라고 부시 행정부는 인식한 것 같다.
아직도 부시 행정부는 미하원의 흑인모임들이 대남아공 경제제재해제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을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다.
국무부는 최근 부시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작년봄 이래 약 1천50명의 정치범이 석방됐다』면서도 수감중인 정치범수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또 국제사회의 대남아공 인종차별제재완화는 남아공의 최대흑인단체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지난주 전국대회를 통해 5월이래 중단했던 대정부 신헌법협상 재개를 시사하는 등 현실노선 천명에도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ANC를 이끌고 있는 넬슨 만델라(73)가 지난 5월 경제협력을 모색하며 서유럽을 순방중인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대통령의 뒤를 쫓아 영국등을 돌며 금수지속을 촉구하다 「정중한 거절」을 당한뒤 6월의 아프리카단결기구(OAU)대회에서 금수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이는 금수해제가 국제적 대세임을 감지함과 함께 유력한 차기정권으로서 인종 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후의 경제회복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금·다이아몬드등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으로 경제적위기에 몰렸던 남아공은 데 클레르크 대통령의 개혁노선으로 일단 국제적 장애물은 극복함 셈이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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