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장식용 「얼음 조각」제작 경력 8년 허정령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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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얼음 조각가 허정령씨(31·라마다 르네상스호텔아트실장)는 여름철만 되면 주목받는 사람이다.
그도 그럴 것이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섭씨5도를 밑도는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얼음과 씨름하고 있으니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살만도 하다.
얼음조각은 시원한 감을 주고 녹아내리는 모습에서 생동감을 느낄수 있어 각종 연회장이나 파티장에서 장식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력8년째인 허씨는 요즘 같은 여름철엔 많을 때는 하루 30개의 작품을 만든다. 새 모양은 20분, 사람이나 코끼리 같은 동물모양은 40분이면 작품이 완성된다.
먼저 가로 1m·세로 50㎝·두께 25㎝ 크기의 얼음판에 조각할 모양을 디자인하고 전기톱으로 잘라내 윤곽을 잡은 다음 얼음 조각용 특수 조각칼로 다듬는다.
『남들은 얼음과 생활하니 피서가 필요 없겠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작품을 만들 때는 땀이 비오듯합니다.』
허씨는 자신이 힘들여 만든 작품이 녹아 없어져 버릴 때는 아쉽기도 하고 공허감마저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얼음 조각의 수명은 보통 3∼4시간. 그는 세상에 남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그는 작품이 완성되면 꼭 사진을 찍어둔다.
얼음 조각은 기술과 함께 다루는 정성이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얼음 한 각의 무게가 1백35㎏으로 무겁기도 하지만 잘못 다루면 다된 작품을 깨뜨릴 수 있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제작할 때도 얼음 결에 따라 칼을 대야 한다.
잘못 다루어 깨질 때는 임시방편으로 깨진 부분에 소금을 뿌리거나 부탄가스를 뿜어 냉동실에서 다시 얼린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허씨는 활동적이고 이색적인 것 같아 얼음 조각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아직 얼음 조각에 대한인식이 부족한 탓에 작품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지만 그는 『조각가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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