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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미들즈브러 테스트 출국 전날 '광고 무료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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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 압구정동 거리에서 포즈를 취한 ‘패션모델’ 이동국. 때마침 불어닥친 겨울바람에 웅크리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 [스네이지가이 제공]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옛 말이 있다. '착한 일 많이 하면 복을 받는다'는 뜻이다.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입단을 확정한 이동국(28)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이동국이 미들즈브러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출국하기 전날 뇌성마비 장애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을 위해 무료로 광고 촬영을 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눈발이 날리고 몹시 추웠던 6일, 서울 압구정동에 이동국과 부인 이수진씨가 모습을 나타냈다. '스네이지 가이'라는 남성패션 쇼핑몰 광고를 찍기 위해서였다. 이 쇼핑몰은 중앙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배준후(28)씨가 올해 초 오픈했다. 배씨는 뇌성마비 2급으로 혼자서 걷기 힘들어 휠체어를 이용한다. 배씨와 함께 일하는 후배 중에 이동국과 친분이 두터운 전직 축구 에이전트가 이동국에게 모델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다음날 출국을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하랴 몸과 마음이 바쁠 텐데도 이동국은 약속을 지켰다. 화보 촬영은 중앙대 사진학과에 다니는 오상민씨가 맡았다.

오후 12시30분,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서 일행은 점심을 먹었다. 이동국 부부가 대접받은 것은 이게 전부였다. 모델 출연료는 전혀 없었다.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오씨가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묻자 이동국은 "편한 대로 하라"며 '초보 사진작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오씨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난 잘 때도 정장을 입는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원래 실내에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조명이 어두워 제대로 그림이 안 나왔다. 오씨가 야외촬영을 부탁하자 이동국은 흔쾌히 응해줬다. 부인 이수진씨도 이것저것 챙겨주며 곁을 지켰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이동국은 정장만 입고 멋진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촬영 중간중간 몸을 웅크리며 "엇 추워"를 연발했다. 촬영 뒷얘기는 스네이지 가이 홈페이지(www.snazzyguy.co.kr)에 나와 있다.

배씨는 "대스타인 이동국 선수의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이 선수의 골수 팬이 될 겁니다"라며 고마워했다. 다음날 영국으로 날아간 이동국은 입단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고 한국인 4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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