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더 심해진 '2006년 한국사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파트값은 뜀박질하는데 단독주택 가격은 거북이걸음이다. 대학 졸업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자녀 교육비 지출은 부모 학력에 따라 세 배나 차이가 나고….

통계청이 28일 '2006년 한국의 지표'를 통해 주택.임금.교육 등 핵심 분야의 사회적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회 양극화와 빈부격차 해소에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온 참여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됐다.

◆아파트만 '나 홀로' 상승=10년 전 1억원이던 서울 면목동의 단독주택 가격은 제자리를 맴돈 반면 목동의 27평 아파트는 1억원대에서 지난해 7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비슷했던 집값은 다섯 배 넘게 차이가 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5년에 비해 13.7% 올라 2002년(22.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독주택은 지난해 5.1%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집값 광풍으로 단독주택과 아파트값이 모두 상승했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양극화가 더 뚜렷해진다. 2003년 9월을 기준(100)으로 했을 때 단독은 1995년 102.6에서 지난해 100.09에 불과해 11년 동안 집값이 되레 내렸다. 이에 비해 아파트 가격지수가 95년 63.5에서 지난해 120.8로 뛰어올랐다. 특히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인기 지역의 아파트는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벌어지는 학력별 임금 격차=2003년 참여정부 등장 이후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했지만 결과는 딴판으로 나타났다. 2002년보다 2005년의 학력 간 임금 격차가 더 벌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 고졸 임금을 100으로 할 때 대학교 졸업 이상은 153.8, 중졸은 83으로 학력별 임금 격차는 70.8이었다. 이 격차가 2005년 74.1로 벌어져 대졸 이상은 157.8, 중졸 이하는 83.7로 나타났다. 이 지수를 평균임금으로 환산하면 대졸과 중졸의 연간 임금 차이가 2002년 1.85배에서 2005년 1.88배로 확대됐다는 의미다.

◆교육비도 양극화=인위적인 분배 정책으로도 '학력 대물림' 현상을 고치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고학력일수록 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2인 이상 도시가구의 소비지출을 비교해 보면 지난해 3분기 월평균 소비지출은 212만원, 교육비는 30만원으로 교육비 비중은 14.15%였다.

이를 세대주의 교육 정도별로 구분하면 가장이 초등학교 졸업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46만원, 교육비 지출은 15만원이었다(교육비 비중 10.27%). 중졸 가구의 소비지출과 교육비 지출은 각각 169만원과 18만원으로 교육비 비중은 10.65%에 그쳤다. 이에 비해 대졸 가구는 전체 소비지출(271만원)의 16.6%인 45만원을 교육비로 썼다. 가장의 학력이 높을수록 교육비도 많고, 소비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양대 이상빈 교수는 "부모의 학력 격차는 소득 격차로, 이는 다시 자녀 세대의 학력 격차로 이어져 가난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며 "기업투자를 활성화해 중산층을 살리는 것만이 양극화 해소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