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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담뱃값 올리려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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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틴틴 여러분, 혹시 부모님이 담배를 피우면 피우지 말도록 말리고 싶죠. 그래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담뱃값을 크게 올려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기 어렵게 만들자고 지난 5월부터 주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봤나요. 그러나 담배 재배 농가와 판매상들이 반발하고 또 다른 정부인 재정경제부(재경부)도 담뱃값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리는 것을 반대하고 있답니다. 담뱃값을 올리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실제로 줄어드는지, 재경부는 왜 이를 반대하는지 알아볼까요.

우선 담뱃값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아봅시다. 시중에서 갑당 2천원에 팔리는 담배를 예로 들어보죠. 담배 생산업체가 이 담배의 제조원가에 어느 정도 이윤을 붙여 내놓는 담뱃값은 7백7원입니다. 여기에 담배소비세(5백10원).교육세(2백55원).폐기물 부담금(4원).연초경작농민안정화기금(10원).국민건강증진기금(1백50원).부가세(1백64원.공급가의 10%) 등 6종의 세금.기금이 총 1천93원 붙습니다. 또 담배 판매인이 갖는 마진(2백원.소비자가의 10%)을 합해 실제 팔리는 값은 갑당 2천원이 된답니다. 담배 한갑에 붙는 세금.기금이 담뱃값의 50%를 넘고 있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답니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중 현재 갑당 1백50원인 국민건강증진기금을 1천원 더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세금이나 마진은 그냥 두고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올리겠다는 아이디어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담뱃값을 올리자는 이유는 짐작하다시피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입니다. 담뱃값을 1천원 올리면 담배를 하루에 한갑씩 피우는 사람은 연간 36만5천원을 더 부담해야 합니다. 이처럼 담뱃값이 비싸지니 당연히 소비가 줄어들겠죠. 한국사회보건연구원은 담뱃값을 갑당 1천원 올리면 성인남자 흡연율이 9.1%, 남자 고등학생 흡연율이 9.3% 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도 담뱃값을 10% 올리면 소비가 4~8% 줄어든다고 분석합니다. 또 현재 우리나라 담뱃값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5분의 1~2분의 1로 싸기 때문에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득 수준을 따져 비교해도 우리나라 담뱃값이 쌉니다.

담배를 덜 피우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이 줄어들겠죠. 매년 흡연으로 인해 29만명이 암 치료를 받고 있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치료비가 해마다 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답니다. 만일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그만큼 아픈 사람이 줄어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 늘어나 생산 등이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도 성립합니다. 보건복지부는 1998년을 기준으로 흡연율이 20% 감소하면 의료비를 해마다 2천3백억원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늘려 여기에서 들어오는 돈을 흡연자 건강관리, 저소득층 의료지원 및 건강증진 사업에 쓰겠다는 입장입니다. 건강증진기금이 갑당 1천원 인상되면 연간 4조원의 기금이 확보된다고 합니다. 이 돈을 건강증진사업에 투자하면 국민의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렇다면 재경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뭔지 알아볼까요. 재경부는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입니다. 물가도 재경부가 신경쓰는 분야입니다. 재경부가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우선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담뱃값을 아무리 올려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갑자기 크게 줄어들진 않겠죠. 그렇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담배를 사기 위한 지출은 늘어날 것입니다. 재경부 분석에 따르면 담뱃값을 갑당 1천원 올리면 0.78%의 소비자물가 인상 부담이 생깁니다. 담뱃값 인상에 맞춰 교통요금과 공산품 가격도 올려달라고 할지 모릅니다.

물가가 오르면 돈이 많은 사람보다 서민들의 고통이 커집니다. 담뱃값 인상이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한다면 불만이 싹틀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재경부는 댐뱃값 인상을 신중하게 하자는 입장입니다.

재경부가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무조건 늘어나서는 안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기금이란 재경부의 통제 없이 해당 부처가 특정 목적에 맞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입니다. 정부의 돈 씀씀이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동의를 받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기금(부담금) 인상을 통해 특정부서가 특정목적만을 위해 쓴다면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배 소매상들과 담배 재배 농가들도 당연히 반대합니다. 담뱃값이 올라 소비가 줄어들면 당연히 담배를 파는 사람과 담배 재배 농가들의 수입이 줄어들겠죠. 그래서 이들은 담뱃값을 올리자는 법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재경부는 담뱃값을 올린다는 데에는 합의를 했습니다. 남은 문제는 대폭 올리느냐 아니면 적당히 올리느냐, 또 언제 올리느냐입니다.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날 수입을 어디에 쓸 것인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내년 중에 담뱃값이 오른다는 사실입니다.

또 흡연은 건강에 나쁘다는 것입니다. 담뱃값 인상이 논란이 되는 지금을 기회로 잡아 부모님께 담배를 아예 끊도록 부탁드리면 어떨까요.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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