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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밤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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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안상학(1962~) '밤기차' 전문

칠흑 같은 밤 그대에게 가는 길

이마에 불 밝히고 달리는 것은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멀리서 기다리는 그대에게

쓸쓸하지 말라고

쓸쓸하지 말라고

내 사랑 별빛으로 먼저 보내는 것이다.



그대에게 가는 연인의 이마에는 불이 켜있다. 칠흑 어둠을 뚫고 한사코 달리는 밤기차다. 그대에게로 가는 오로지 외길사랑, 외줄기로 뻗쳐간, 갈래길이 전혀 없는 사랑이여. 밤기차가 되는 사랑, 조급하고 성급한 마음 먼저 별빛으로 보내며, 어젯밤도 밤새도록 달려와준 그대를 위하여, 첫차로 도착한 신새벽 길을 마중가야 하리, 사랑하는 이들이여, 그대들은 모두 밤기차로 달리고 있다.

유안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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