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어민 복구 지원금 압류… 후유증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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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태풍 '매미'로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은 경남 남해안 어민들은 피해 복구비가 지급되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어민들에 대한 복구비가 압류되는가 하면 복구비 지급이 잘못됐다며 재조사를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복구비 가운데 선급금(시설 복구비의 50%)이 본격 지급되는 이달 들어 증폭되고 있다.

복구비 압류=통영시 한산도에서 0.5㏊ 양식장에 기르던 돔.능성어 등을 모두 잃어버린 정모(45)씨는 시로부터 지급받은 3천9백만원의 복구비를 이달 초 농협.수협 등에 모두 압류당했다. 정씨는 "고작 수천만원의 복구비에 2억원이 넘는 압류가 붙었다"며 "복구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경남도의 조사결과 태풍 피해를 입은 양식어민과 어선들의 압류 현황은 2백71건에 1백54억3천9백만원. 압류 설정자는 사료공급업체와 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시 산양읍과 한산면 일대 지역 단위농협과 수협들이다.

금융기관의 채권확보 행위는 법원 결정에 따른 것이지만 앞으로 복구가 끝난 뒤 지급될 나머지 복구비 50% 마저도 압류될 것이 뻔한 상태서 복구에 나설 어민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피해액 불만=통영시 욕지면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갖고 있는 김모(55)씨는 "태풍이 오기 전에 고기를 모두 판 이웃 양식장에서 피해를 신고해 2천여만원의 복구비를 받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선급금이 본격 지급되면서 피해산정이 잘못됐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어민도 늘고 있다. 일부 어민들은 태풍피해 재조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낼 조짐까지 보이고 있으며 수사기관도 내사에 나섰다.

매미로 피해를 본 경남지역 양식시설에 대에 지급된 선급금은 1만5천여건에 7백91억2천여만원이다.

대책=자치단체들은 금융기관에 빚이 있는 어민들에게 지원금을 한푼이라도 많이 주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시설복구비를 제외한 생계비, 특별위로금, 구호비 등 간접지원금은 다른 가족들의 계좌로 입금해 주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민사집행법상 채권압류 금지대상에 재해복구비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또 자연재해 대책법에도 이러한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복구비를 자연재해대책법이 아니라 보조금의 용도와 사용금지를 규정한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급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18일 도청에서 13개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협조를 당부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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