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파병 반대 여론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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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슬람 과격 단체들이 일본에 대한 테러 위협을 거듭함에 따라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일본 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18일 이라크의 일본대사관 건물에 총탄 수십발이 난사된 사건이 발생하자 "이슬람 과격파가 자위대 파견 저지를 위해 벌인 행동"이라고 분석하는 등 크게 우려하고 있다.

즉각 주변 경비를 강화한 바그다드 주재 일본 대사관 측은 "과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면서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으로 일본 내에서는 자위대 파병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적극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변호사연합회가 19일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회는 "자위대 파병은 유엔의 요청이나 이라크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미국.영국의 이라크 침공 전후 처리와 점령행정에 협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자위대 파병 여부를 놓고 한층 고심하고 있다.

이라크에 주둔한 자위대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국내의 비난 여론이 더욱 불거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와 자민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19일 "만약 이라크에서 첫 전사자가 나올 경우 일본이 태평양전쟁 이후 평화헌법에 따라 전투 중 희생자를 한명도 내지 않았다는 전례가 깨진다"며 "일부는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이 제국주의 시대 극우민족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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