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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도 DNA처럼 '유전'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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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켈트어는 2천년 전 로마인들이 유럽을 정복해 라틴어를 강요하기 전까지 전 유럽대륙에서 널리 쓰였던 고대 언어다. 하지만 그동안 켈트어가 어떻게 해서 얼마나 널리 퍼져 있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유전학자인 피터 포스터 교수는 분자생물학에 쓰이는 DNA 분석 기법을 고대 언어 분석에 활용해 놀랄 만한 연구성과를 얻었다.

포스터 교수는 생물 종(種)들이 서로 유전적으로 얼마나 가까운지를 분석할 때 쓰는 수학적 방법인 '계통발생 분석 기법' 을 언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방법을 이용해 언어학자인 스위스 취리히대 알프레드 토스 박사와 공동으로 유럽 지역의 14개 언어를 컴퓨터로 분석해 비슷하거나 유사한 단어들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유사성을 따졌다. 마치 생물학자들이 DNA 염기서열 분석으로 인간과 침팬지가 얼마나 유사한지를 알아내는 것과 흡사한 방법이다.

이 결과 대다수가 농경민족이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켈트족들은 6천년 전쯤 중앙 유럽에서 웨일스.아일랜드,그리고 스코틀랜드 지방으로 이주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영국 섬 지역 내에 고립되면서 켈트어는 웨일스어와 게일어로 변했다. 이는 켈트족들이 영국 해협을 건너온 두번의 이주 역사가 있었다는 지금까지의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또한 모든 유럽언어의 뿌리인 인도유럽어는 기원 전 8천년 처음 출현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4천년이나 앞선 것이다.

포스터 교수가 DNA 분석기법을 차용한 것은 민족의 뿌리나 이동을 분석할 때 DNA 염기서열 분석기법을 활용해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포스터 교수는 "언어가 DNA와 비슷한 패턴으로 유전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켈트어=켈트족이 기원 전에 크게 세력을 떨쳤던 주로 유럽의 서부, 즉 아일랜드.스코틀랜드.잉글랜드.프랑스.스위스.스페인의 일부, 보헤미아 지방.오스트리아 및 이탈리아 반도 북부 지방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쓰였으며 한 분파는 멀리 소아시아에까지 미쳤다. 그것이 로마인의 정복에 의해 라틴어에, 그리고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에 의해 게르만어에 정복됨으로써 현재는 유럽의 서쪽 끝 조그만 지역에 한정돼 쓰이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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