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제한송전 위기(전력비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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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잦은 원전고장 용량부족/더위로 에어컨사용 급증
제한송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4일 30개업체,5일에는 3백20여개업체에 「수급조정제」라는 사실상의 제한송전이 이뤄졌다.
섣불리 예단할 일은 아니지만 언제 불시 단전이 이뤄질지 모를만큼 사정은 급박하다.
이같은 전력난은 기본적으로 발전소에 대한 투자소홀 및 건설지연에서 오는 설비용량의 부족뿐만 아니라 아니라 소득증가에 따른 전력소비급증,보다 직접적으로는 잦은 원자력발전소의 고장에 의해 초래됐다.
전기요금을 올렸어도 소비가 주는 기미가 없고 「원전무사고」를 빌며 소비절약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어컨 보급은 85년 90만1천대에서 89년 1백22만7천대,90년 1백59만7천대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국내생산된 45만대가 모자라 외국에서 15만대를 수입,60만대가 새로 늘어 총보급대수는 2백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올여름 에어컨에 들어가는 전력수요는 4백22만㎾에 이른다. 1백만㎾짜리 대형 원자력발전소 4기를 완전가동,전력을 생산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원전 1기를 짓는데 1조5천억원이 든다. 결국 여름철 냉방수요만을 위해 단순 계산으로 6조원이 투입돼야 한다. 해마다 전기가 가장 많이 쓰이는 시기는 장마와 휴가가 끝나는 8월 중순이다.
한전은 빠듯한 전력생산시설을 이때에 완전가동시킬 수 있도록 월성 1호기등 시설용량 2백13만9천㎾를 정기보수중에 있다
그런데 장마철인 7월 초순에 「느닷없이」 무더위가 찾아와 이같은 전력부족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기절약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각 가정에서 에어컨을 켜는 것을 일일이 막을 수 없다. 결국 제조업체 및 대형 빌딩의 전기공급을 줄여 「전력위기」를 막고 있는 것이다.
한전은 발전소정비가 끝나 완전 가동되면 전력공급능력이 2천50만㎾에 이르게돼 전력소비가 지난 5일(1천7백60만㎾)보다 많은 1천9백만㎾(한전이 예상하는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로 늘어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가 고장없이 잘 굴러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있다.
그러나 5일의 전력비상도 한전이 별 고장없이 잘 굴러간다고 그토록 자랑하던 고리원전 2호기의 고장에서 비롯됐다.
올들어 지금까지 원전은 20차례나 고장을 내 작년의 18건을 이미 넘어섰다.
올 여름은 「제한송전」의 위기속에서 넘겨야할 무더위가 길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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