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재건 유엔에 빨리 넘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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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은 이라크 국가 재건 작업을 신속하게 유엔에 이양해야만 현재의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타임스(IHT)가 17일 '이라크 수렁'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강조했다.

다음은 전문 요약.

"이라크 새 헌법을 제정하고 총선으로 의회를 구성한 뒤 미군의 철수라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계획은 이라크 과도정부에 6개월 이내에 주권을 이양한다는 합의에 따라 새 일정표로 바뀌고 있다. 새 계획은 무엇이든지 움켜쥐려고 덤벼드는 이라크 사람들에게 뜨거운 감자를 던져주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이미 굳어진 듯하다.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전복되면 세계는 더 안전해지고 중동엔 민주주의가 확산될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막대한 자금과 영향력을 동원해 도박을 시작했다.

확실히 독재정권이 사라진 이라크인들의 삶은 더 나아졌다. 하지만 미군이 조기 철군한다면 또 다른 독재자의 출현을 막을 수 없으며 국제사회는 후세인 때보다 더 많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발을 빼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다음 단계인 유엔에 이라크 국가 건설 작업을 넘겨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밀어붙인 이유는 부분적으로 이라크 망명자들에게 너무 귀를 기울여 온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방부의 압력 때문이었다. 이들은 후세인 정권이 전복되면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사람들이 제공하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정보에 의지해 엄청난 도박을 한 것이다.

이라크 사람들이 미국의 점령에 대해 점점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새 헌법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을 미국 정부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이라크 재건 작업을 유엔에 이양해야 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다. 유엔은 국제협력 경험이 많고 신뢰도가 높으며 중립적이기 때문에 미국보다 이라크 재건작업에 더 적합하다. 유엔이 이라크 재건 작업을 지휘한다 하더라도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못된 선택을 해온 미국 정부에 이보다 더 나은 방안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정리=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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