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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야당속에 야당 생겼다/서명파 독자계파 무얼 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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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의원 주축의 통합추진파/김 총재 「새모습」 효과 노려 수용/DJ 2선후퇴·당민주화 압력 커질듯
김대중 총재의 신민당에 김총재와 당권파에 맞서는 「계보」가 생겨 앞으로의 당내파장이 주목된다.
시·도의회선거 참패후 야권통합과 당내 민주화를 명분으로 당권파를 파상공격해온 「서명파」가 2일 「정치발전연구회」로 면모를 일신,사무실과 계파대변인을 두고 계보의 규약까지 마련해 독자적인 계파정치를 선언했다.
노승환 최고위원을 회장으로,조윤형 국회부의장,정대철·박실·김덕규·이형배·김득수·이상수·김종완 의원과 한영수·오홍석 전의원 등 11명이 정치발전연구회의 발족회원이다.
당내 분파행동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던 김총재도 정치발전연구회를 「해당분자」로 낙인찍지 않고 이들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현실정치세력으로 인정했다.
김총재는 2일 오전 당무회의에서 당권파와 서명파 사이의 날카로운 접전을 직접 보고 이날 오후 서명파의 리더격인 노승환 최고위원을 동교동 자택으로 불러 이들의 주장을 전격 수용했다.
서명파는 당무회의에서 ▲당공식기구인 야권통합추진위(위원장 이우정 수석최고위원)에 자파의 수를 늘려줄 것 ▲계파정치를 허용할 것 ▲야권통합의 적극 추진과 당의 체질변혁 등을 촉구했었다.
노최고위원은 김총재와의 단독대좌후 이날 저녁 서명파 모임을 갖고 순식간에 공식적인 계보활동의 틀을 짰다.
연구회는 회장이외에 홍보·총무·연구간사를 각각 두되 당분간 홍보간사를 박실 의원이 맡기로 하고 사무실 개소식은 8일의 임시국회 이전에 마치기로 했다.
규약에 나타난 「연구회」의 목적은 야권통합과 당내 민주화 및 개혁이다.
「연구회」는 앞으로 의원 2∼4명과 원외지구당위원장 20여명을 더 끌어들일 계획이며 「외압을 고려해」 명단공개는 사무실 개소와 함께 한다는 방침이다.
추가로 가세할 의원은 손주항 의원과 서울시 출신의원 일부로 알려졌다.
현재 탈당한 이해찬·이철용 의원과 수감중인 이원배 의원을 제외한 서울시 출신의원 14명중 7명이 「연구회」 소속이 됨으로써 계보조직이 제대로만 굳혀지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실 홍보간사는 연구회는 ▲당을 깨고 나가려는 것이 결코 아니고 ▲당내 투쟁을 전개하며 ▲통합문제는 당의 통추활동을 통해 하는 대신 개별행동은 자제하고 ▲조부의장 중심의 서울시 지부활동을 적극화한다고 강조해 「당내 반대파」의 성격을 강조했다.
김총재가 이들을 끌어안기로 결심한 배경은 특히 51대 0의 「신민당식」 투표로 재신임을 받은 6·24 당무회의 이후 외부로부터 따가운 비난을 받아오면서 나름의 체질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도 서명파가 빈번하게 접촉하면서 당외세력과 독자적 통합운동을 벌여나가고 자신의 권위를 음양으로 공격하는 등 당내 분열상을 드러내는 것이 총선과 대선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현실인식이 가장 중요한 요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참패한 김총재의 「새로 변한 모습」은 물론 신민당의 1인 지배풍토가 개선돼 가고 있는 증거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셈이다.
느슨한 서명파가 「연구회」 계보로 조직화되고 공식화됨으로써 탈당설·총재퇴진론 등의 음성적 갈등요인은 상당 자체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연구회 계보원들은 『이심전심으로 야권통합을 위해 김총재의 정치적 2선후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부의장은 2일 당무회의에서 『야권내 대권주자는 김총재밖에 없지 않느냐. 그러나 야권 전체의 통합을 이뤄내야 대권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요구했다.
따라서 연구회의 활동과 조직이 활성화되고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야권통합을 위한 총재의 일시후퇴」를 통합방안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한 의원은 『그 시기는 총선이전이며 우리는 민주세력과의 연대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해 당내 노선과 권력다툼의 싹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연구회측이 신민당의 1인지배체질을 깨뜨릴 수 있을 만큼 본격적인 계보활동을 활성화해 나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상황변화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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