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잡이」다섯 어린이/어디서 무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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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집나간지 백일… 수사 제자리/부모들 전단 안고 오늘도 거리로/“자식 가진 마음으로” 제보 아쉬워
1백일전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간 대구의 다섯 소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그동안 잇따른 시국사태와 광역의회선거의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속에 묻혀 세인의 관셈에서 멀어져간 「대구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이 3일로 발생 1백일이 된다.
어린이날에는 노태우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연인원 6만여명의 경찰력이 투입돼 전국을 뒤지고 TV캠페인·전단 등으로 금세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이들 국교생 5명은 아직껏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부모들만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들이 실종된 것은 기초의회의원 선거일인 3월26일 오전 8시쯤.
인근 와룡산으로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고 집을 나선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들의 실종신고를 받고 처음엔 단순한 모험성 가출로 보고 헬기로 12차례에 걸쳐 와룡산일대를 뒤졌고 인명구조단을 동원,인근 저수지등을 수색했으나 행적을 찾지 못했다.
그동안 서울·부산·전남 등지에서 접수된 제보만도 1백32건.
그러나 이들 실종어린이들을 찾는데 결정적인 단서는 되지 못했다. 국민들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내 1백41개 국교어린이회,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등 각 교육·사회단체도 전단 50여만장을 뿌리며 「실종어린이 찾기운동」에 나서는등 그동안 16만여명이 참가한 범시민캠페인까지 벌였다.
한국담배인삼공사는 88담배 1천만갑에 실종 어린이들이 사진을 넣어 발매중이며 두차례에 걸친 실종어린이 찾아주기 TV생방송 중계로 세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 어린이들의 실종사건 이후 거의 실신상태에 빠진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가 두차례 걸려왔고 TV생방송중엔 김종식군(9·월성국교 3)을 사칭한 장난전화까지 걸려와 가슴죄던 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김군의 아버지 김철규씨(36·섬유회사 직원)는 『아이들이 서울 구로동 일대에서 앵벌이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아예 회사에 사표를 내고 10여차례나 서울을 오르내렸지만 결국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고 깊은 한숨을 지었다.
한편 현재 경찰수사는 실종어린이들이 있을만한 서울·부산 등지에 전담형사 2명씩 배치하고 있다.
관할 대구 달서경찰서장 남덕진 총경(54)은 『4일부터 형사기동대 50명을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6대도시에 상주시켜 계속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씨등 실종어린이 부모들은 『낙도등에 잡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속에 2일부터 배낭을 메고 경남·전남 등지의 낙도를 찾아나섰다.<대구=김선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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