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개혁 핵심 벗어나고 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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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리폭행사건을 계기로해서 더 이상 대학이 폭력과 시위의 현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게 국민적 공감대였고 교권의 확립과 대학의 개혁을 위해서는 대학교수들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게 국민적 여망이고 기대였다.
그후 한달이 지난 지금,개혁을 위한 움직임 보다는 총장선출의 절차와 교수재임용문제를 둘러싼 교육부와 교수들간의 대립과 마찰의 소리만 들려오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실망케 한다.
시비의 발단은 교육부가 제공했다. 국·공립대학의 총장선출방식에서 대학이 추천한 총장을 「필요한 경우 거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새롭게 삽입해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단서조항이 없는한,교육부안은 민주화이후 교수들에 의한 총장선출방식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전향적 입법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교육부장관의 총장 거부권 조항을 삽입한 까닭은 총리폭행사건이후에 조성된 여론을 업고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저의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이미 대학 자율화 원칙은 등록금,예체능 실기관리 문제등이 사회적 물의로 일어나자 대학 자율의 원칙에 따라 대학에 돌려준 것이 교육부였다. 대입제도 개선방안의 원칙도 대학의 선발권과 자율권을 확대해 준다는 기본정신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비록 국·공립대학이라해도 이러한 원칙과 기본정신은 존중되어야 할터인데도 총장선출 과정에서만 정부의 통제기능을 강화하려는 의도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공립대학의 행정과 재정이 교육부의 관할과 감사의 대상이 되어있는한,더 이상의 개입은 월권이고 간섭일 수 밖에 없다.
국립대 교수협이나 교총에서 제기하고 있는 조교수이하 재임용폐지 주장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늘의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속에는 일부 대학교수에 대한 불신도 상당히 있다는 사실을 교수들 자신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연구실적없이 교단에 서는 교수,운동권 학생에 영합함으로써 자신들의 인기를 관리하는 교수,전임교수,곧 평생직장 보장이라는 안이한 사고방식이 대학교육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여론속에 상당부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도의 문제이기에 앞서 교수 자신들이 반성하고 시정할 대목이라고 판단한다.
교육부는 교수협이든,대학의 본질적 문제를 팽개쳐 둔채 자신들의 권한 확대나 자신들의 이익도모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준다면 대학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기왕 교육부가 총장선출방식에 진일보한 자세를 보였다면 악용의 소지를 담은 단서조항은 깨끗이 삭제해야 할 것이다.
대학 교수들도 재임용의 선이 부교수냐 조교수냐로 논란을 일삼기 보다는 대학 내부의 체질개선을 위한 보다 진취적 자세를 먼저 보여야 마땅할 때다. 미시적 문제로 자신들의 권한이나 이익을 챙기기 보다는 거시적 대학개혁의 노력이 정부와 대학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는게 국민적 여망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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