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 광역의원들이 할 일/정선구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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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당은 25일부터 1박2일동안 서울 가락동 중앙정치교육원에서 시·도 의회선거 당선자대회를 가졌다.
공천자대회 이후 한달도 못돼 이곳을 다시 찾은 5백64명의 당선자들은 「압승」의 기쁨에 도취됐고 대회장은 온통 들뜬 분위기였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봉사하는 내고장 일꾼」으로 제대로 일할 수있을는지,또 그런 자세를 갖췄는지 걱정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당선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건설·운수업 등 사업자들이어서 민자당의 고위당직자도 스스로 말했듯이 「건달들의 행진」이 아닌 「졸부들의 행진」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당선자대회에서 박동서 서울대교수(행정학)는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이란 강연을 통해 지방의원의 본분을 거듭 강조했다.
『선거운동때 돈을 많이 뿌렸다고 해서 이권에 개입,보상을 받으려한다면 유권자들의 지탄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충고에 귀를 기울이는 당선자들은 적어 보였다.
의원당사자들은 따분한 소리라는 듯 졸기나 했고 첫 시·도의회 의원으로서 좋은 선례를 보여야겠다는 결연한 의지같은 것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혹시 이제 민자당이 압승을 거뒀고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군에서 70% 정도 차지했으니 이제 힘좀 써보자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
이권개입·인사청탁의 염려는 민자당이 자영업자들을 대거 공천할 때부터 걱정되던 부분이었다.
민자당은 이같은 우려를 예상하면서도 당장 당선위주로 공천기준을 세워 재력을 갖춘 인물위주로 공천했던 게 사실이다.
민자당은 뒤늦게 당선자 교육이다,시·도의원 윤리강령이다 하며 부산을 떨고 있다.
당고위층에서도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경계하고 있지만 얼마나 먹혀들지 모르겠다.
벌써 이권개입 때문에 구속되는 기초의원이 나오는 판이다.
시·도 의원들이 거대여당을 배경삼아 행세하려 들거나 이권을 밝히려 든다면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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