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수단을 먼저 보완하라/새 5개년계획 세제부문의 문제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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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6년까지의 7차5개년계획기간중에 실시할 조세부문계획안의 윤곽이 밝혀졌다.
조세가 지니는 국민경제적 기능이 막중할 뿐 아니라 조세의 크기와 구조가 곧 국민부담의 무게와 구조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5년간의 세정운용방향을 정하는 계획안의 내용은 온국민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계획안에서는 조세부담률을 높인다는 항목이 1차적인 주목을 끌고 있으나 21%의 담세율은 늘어날 재정수요와 소득증가를 고려할 때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6차5개년계획에서 91년의 조세부담률을 20%로 책정했고 작년의 담세율이 20%에 육박했던 만큼 21%의 수준을 너무 높은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가 국가 자원의 더 많은 몫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예산집행의 효율성이 그만큼 더 제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이번 계획안에서는 소득분배개선에 역행하는 간접세의 비중감소,종합소득세제의 확충,세금을 내지 않는 세원의 축소,그리고 재산과세의 강화가 큰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합리적 세제가 지향해야 할 이러한 원칙들은 6차5개년계획에 이르기까지 과거 수차례 강조돼 왔지만 현실의 세정에서 그 원칙들의 실천은 극히 미흡한 상태에 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5개년계획에서 바람직한 원칙들을 그럴듯하게 선언만 해놓고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채 또 5년이 그냥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토지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의 근절을 유난히 강조한 6차5개년계획의 내용이 사문화돼 버린 것을 보면 이같은 걱정은 절대로 근거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번 계획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런 걱정을 짙게 만드는 대목들이 한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금융자산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 과세하며 상속 및 증여세의 과세를 강화한다는 정신을 앞세우면서도 정작 그것을 뒷받침할 금융실명제에 대한 검토를 빠뜨림으로써 종합소득세제의 실천에 대한 진의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상 근로소득세와 자산소득세의 비율이라든가 재산과세 비중의 상향조정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아울러 밝혔어야 할 것이다.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세원을 중심으로 세수증대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은 그래야만 비로소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 영수증 없는 거래가 다반사로 돼있는 전근대적 거래관행과 세무행정의 혁신적 개선없이 과연 빠르게 늘어나는 세수목표를 탈누세원에 대한 과세로 달성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 부문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결국 고스란히 노출되는 근로소득이 더욱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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