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배후 밝혀질지 궁금/강기훈씨 구속 이후의 수사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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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선 「대필」입증 장담하지만/증거확보 못하면 공신력 손상
분신자살한 전민련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의 작성자로 지목된 전민련총무부장 강기훈씨(27)가 사전구속영장발부 1개월여만에 검찰의 구속수사를 받게됨에 따라 김씨의 분신자살을 둘러싼 궁금증이 어느정도 풀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필적감정결과와 김씨의 여자친구 홍모양(25),김씨의 필적이라는 메모지를 갖고 기자회견을 한 숭의여전 총학생회간부 3명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등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강씨의 혐의사실을 명백히 입증하겠다는 자세다.
검찰은 특히 유서의 대필 여부 규명에 머무르지 않고 강씨의 사전구속영장에 적용된 자살방조혐의,즉 김씨가 분신자살을 결행하는데 강씨가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가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민련측이 가장 과학적 검증이라 할 수 있는 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 결과까지 부인하는 것으로 볼때 강씨가 수사과정에서 유서작성사실을 쉽게 시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검찰로서는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만으로도 강씨를 구속기소해 유죄판결을 받아 낼 수 있지만 앞으로의 수사에서 아직 강씨의 혐의사실을 반신반의 하는 국민들에게 검찰수사결과를 납득시킬 수 있는 정황증거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결국 검찰은 법적으로 강씨의 유죄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검찰의 권위와 전민련의 도덕성이 걸린 「필적공방」에서 압승을 거두어 재야세력을 대표하는 전민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복안을 갖고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강씨의 구속을 계기로 강씨가 유서를 작성했다는 것을 전제해 놓고 필적부분과 유서의 작성·전달과정등 두갈래 수사를 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먼저 검찰은 강씨가 명동성당에서 취재기자들에게 써보인 글씨체는 진짜 필적을 위장해 쓴 것으로 보고 수사기간중 반복적으로 강씨에게 자술서 등을 쓰게해 이를 유서와 대조하는 필적감정을 실시키로 했다.
누구든지 일시적으로는 필적을 꾸밀 수 있으나 제한된 시간안에 반복적으로 글씨를 쓰다보면 무의식중에 자신의 진짜 필적이 드러난다는게 수사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은 유서작성 배경을 밝히기 위해 유서에 나타난 전민련 서준식·김선택씨와 분신자살 전날밤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진 임근재씨등 중요참고인 14명에 대한 신병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들 가운데 특히 검찰이 주목하는 참고인은 임씨를 비롯,김씨가 분신자살한 5월8일 이전에 김씨를 만난 사람들로 압축되고 있다.
임씨의 경우 김씨 분신직후 기자들에게 『자신은 5월8일 오전 4시까지 김씨와 술을 마시며 분신을 만류했다』고 말했었다.
만약 임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씨가 분신에 사용한 두통의 신나는 오전 4시부터 분신시각인 오전 8시사이에 구입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누군가가 이 시간에 김씨에게 신나를 전달해주었을 것이라는게 검찰의 추정이다.
검찰은 이와함께 이미 강씨의 혐의사실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던 김씨의 여자친구 홍양을 강씨의 구속을 계기로 다시 소환,필요할 경우 강씨와 대질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강씨는 시종 범행을 부인할 것이 분명하므로 검찰이 구속만기(20일간)인 7월13일까지 구체적 증거확보로 사건전모를 명백히 밝히지 못할경우 강씨에 대한 판결결과에 관계없이 검찰공신력에 큰 손상을 입힌다는 부담도 갖고 있는 셈이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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