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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스포츠 의족' 착용하면 장애인도 스노보드 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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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체장애4급 김상섭씨가 스노보드를 타고 조심스럽게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왜 움츠려요. 장비와 친해지시고, 자세를 낮춰요. "

지난 21일 보광휘닉스파크 스키 캠프장. 일반인에겐 흔한 장면이지만 이날 스노보드와 스키를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은 모두 지체장애인들이다. 4급에서 2급에 이르는 다리 절단 환자 15명이 에이블 복지재단이 주최한 '장애인 스키 캠프'에 참석한 것.

장애인들은 2시간여의 교육을 받은 후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에 도전했다. 얼굴에는 긴장감을 넘어 비장함마저 역력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하지만 이들은 넘어진 눈밭에서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3년 전 교통사고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한 김상섭(28.지체 4급.사진)씨는 비교적 능숙하게 슬로프를 내려왔다. 사고를 당하기 전 몇 번 탄 적이 있어 빨리 적응한 것. 땀이 비오듯 하면서도 신동필(33.지체 4급)씨의 얼굴은 밝았다. 그는 "다리절단 후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는데 이젠 자신감이 생겨 이보다 더 힘든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보드 강사로 참석한 최석민(39.지체 3급)씨와 스키강사 김성만(46.지체 2급)씨. 최 강사는 19세였던 20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뒤 5년 전 스노보드를 배우기 시작, 2005년엔 강사 자격증까지 땄다. 난도 높은 묘기도 거뜬히 소화해 낼 정도. 무릎 위를 절단한 김 강사는 외발 스키를 타지만 설원을 가르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이들이 스노보드나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스포츠 의족 덕분. 기존 의족과 달리 발목이 전후좌우로 5~10도 꺾여 경사진 곳에서도 정상 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카본.티타늄 등의 소재로 만들어져 무게가 1.8㎏에 불과하다. 또 충격 흡수장치가 있고, 절단된 다리를 감싸주는 부위가 실리콘으로 돼 있어 반복 자극에도 무리가 없다. 등산을 하는 것은 물론 다리 절단 환자 중에 마라토너와 권투선수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국내에는 2001년 11월 개발돼 현재 300여 명이 착용한 상태. 10만여 명의 다리 절단 환자에 비하면 극히 일부만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에이블 복지재단 선동윤 이사장은 "보장구가 첨단화되면서 지체장애인의 불편한 삶이 크게 개선됐다"며 "이런 인식을 확산시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내년에는 캠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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