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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전략보고서 유출은 '자해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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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새삼 며칠 전 우리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전략 보고서가 유출된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황당함이 다시 떠오른다. 회담이 한창인 와중에 우리 전략을 일부러 상대방에게 알려준 꼴이다. 미국 측 수석대표는 "만약 미국의 비밀 협상전략이 언론에 유출된다면 정말 피해가 클 것"이라며 "한국 측 수석대표와 협상팀에 매우 안 된 일"이라고 말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며 국가적인 망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의 지적처럼 FTA 협상전략 보고서의 경우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이 한국 언론을 통해 미국 측에 알려졌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협상이 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악재는 우리에게 백해무익한 자해행위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한.미 FTA 협상의 판을 깨고 싶다고 해도 이렇게 불법적이고 부끄러운 방법을 써야 하는지 개탄스럽다.

국민의 여론을 FTA 반대 쪽으로 더 이상 돌리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택한 극약처방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전쟁 중에 적군에게 아군의 계획을 그대로 알려준 매국적 행위는 비난받아야 하고 마땅한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선진국처럼 기밀정보를 유출할 경우 국회의원이라도 형법에 따라 처벌하는 등 좀 더 엄격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 FTA 협상전략 보고서의 유출과 같은 '나라 망신'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찬희 경기도 성남시 하대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