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만년야도」 목포의 지방의원/봉화식기자 특별취재반(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30년만에 부활된 「풀뿌리 민주주의」 광역의회의원선거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며 전남 목포시 제2선거구에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고 있다.
17일로 사실상 전남지역의 모든 유세가 끝나며 「만년야도」로 알려진 이곳 2선거구에 출마한 여당후보가 선전하며 「한번 해볼만하다」는 자체분석을 내릴 정도로 선거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수려한 유달산 품속에 위치한 항구도시 목포는 잘 알려진대로 김대중 신민당 총재의 정치적 고향으로 「호남의 정치 1번지」라 불리며 지난 총선에서는 전직 국회부의장이던 최영철 후보가 여당후보로 나서 낙선하기도 했다. 「전두환씨도 신민당 공천으로 나서면 당선될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야성이 강한 곳이 바로 목포다. 이번 선거에서 전남지역 73개 전선거구 석권을 목표로 내건 신민당은 그러나 재야몫이라는 명분으로 목포 2선거구를 무주공산으로 남겨 두었다.
덕분에 6대 1이라는 전남 최고의 경쟁률속에 뛰어든 민자당 이정수 후보(47)는 당초 적지(?)에서의 표밭갈이에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무소속 후보 누가 되어도 우리당에 입당할 것』이라며 느긋해하는 신민당 관계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선거양상은 종반전에 다다르며 혼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6일 북교국민학교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친야 무소속후보들끼리 『저사람은 당선된뒤 민자당에 들어갈 사람』『나야말로 김총재의 낙점을 받은 사실상의 신민당 후보』라며 「집안싸움」에 열중하는 사이 이후보는 『전국에서 제일 낙후된 이곳 식수를 개선하겠다』『남북이 하나된 코리아축구팀처럼 동서화합의 선거혁명을 이뤄보자』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열심히 일해보겠다』고 호소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성향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신민당은 공천자를 내지 않을 정도로 보인 자신감이 유권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점을 잊고있는 것 같다.
40년간 한번도 집권당에 투표한적이 없다는 토박이 유모씨(65·농민)는 유세장에서 『최근 신민당이 우리를 「주머니속의 물건」 정도로 취급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된다』며 『이번 만큼은 「말꾼」 보다 항도 목포의 옛영광을 재현시킬 수 있는 「일꾼」을 뽑겠다』고 말했다.
또 송모씨(38·주부)는 『김총재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우리들도 김총재이후,아니 목포의 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는 권리행사를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