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영국 언론인 백악관 안내하며 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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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민주주의의 성전(聖殿)인 백악관을 먼저 보여주겠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준다는 차원입니다."

부시(사진) 대통령은 지난 12일 인터뷰에 앞서 영국 언론인들에게 백악관을 직접 안내해 보여줬다.

백악관이 민주주의의 신성한 전당이고, 그 집의 주인인 자신은 민주주의를 전 세계로 전파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부시 대통령이 힘주어 자랑한 몇 가지 가운데 영국 언론인들에게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는 처칠의 흉상 조각과 미국 감리교 성가를 형상화한 그림이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성가 그림 앞에서 "개인적으로 이 그림은 늘 나의 영혼과 속삭입니다"고 설명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불멸의 영혼으로 소명을 다하리라'는 내용의 찬송가다. 하느님의 영광과 미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이 부여받은 소명을 다하리라 수시로 다짐한다는 뜻이라고 영국 언론들은 풀이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흉상 역시 부시의 역사관을 설명해주는 소품으로 주목받았다.

부시는 처칠의 흉상을 가까이 둔 이유에 대해 "나를 비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 곳에 신경을 쓰다가는 일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 그래서 처칠 흉상을 여기에 두었다. 내가 아는 역사적 상식에 따르면 처칠은 그가 생각한 것을 당당히 얘기하고, 그가 옳다고 판단한 일을 철저히 수행했다. 리더는 그렇게 긍정적이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시는 이밖에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에이브러햄 링컨의 대형 초상화를 자랑했으며, 고향 텍사스풍의 그림이 그려진 벽걸이 직물을 보여주면서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스스로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지를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이 된 이후 여러 가지 어려움과 고민의 과정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면 이미 늦었다"고 주장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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