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민주화 완수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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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이 이라크인들에게 주권 이양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과도정부를 만든 후 총선까지 치르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와중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악의 세력'들과의 싸움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갈수록 나빠지는 미국 내 여론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공격은 벌써부터 부시의 결전 의지에 힘을 빼고 있다.

미 의회와 정책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주권 이양과 미군 철수를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화 완료 때까지 철수 안 한다"=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인들이 자기 나라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기에 정권을 빨리 돌려주는 것이 좋지만 민주화를 완료할 때까지 미국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의 조기 권력 이양을 결정한 회의를 마친 직후인 12일 오후 이같이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4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민주정권 수립을 지금 포기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담 후세인과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를 포함, 이 지역의 민주적 질서 수립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완수하고야 말겠다"고 밝혔다.

◆나빠지는 여론=그러나 미국인들의 마음은 이라크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 CBS방송이 13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50%가 미국의 이라크 재건노력이 잘 안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한달 전보다 7%포인트나 뛴 것이다. 또 상황이 '아주' 나빠질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한달 전 12%의 거의 두배인 22%나 됐다.

또 메릴랜드대 '국제정책 태도 프로그램(PIPA)'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7%가 부시 행정부가 전쟁 전 이라크의 위협을 가장(假裝)했다고 대답했다. 반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지난 5월 68%에서 57%로 크게 떨어졌다.

◆"저항세력 5천명 안돼"=한편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존 아비자이드 사령관은 13일 "이라크에서 적극 무장해 미국을 대상으로 작전을 벌이는 세력들은 5천명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들이 조직력을 정비해 풍부한 자금과 무기를 바탕으로 북부와 남부로 공격을 확대 중이어서 미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령부가 소재한 플로리다주 팸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외국의 테러리스트들이 아니고 후세인 충성파들인 바트당원들로 구성된 게릴라 집단이 현재 이라크 내 평화와 안전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밝혔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서울=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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