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전국주부백일장」서 장원 시 『장마』쓴 한정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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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예전엔 짜증스럽기만 했던 집안 일 하나하나에 무한한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12일 한국여류문학인회가 주최한 제25회 전국주부 백일장에서 시 『장마』로 장원을 차지한 한정옥씨(36).
주로 식구들이 잠든 새벽녘에 시를 써왔다는 그는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를 비롯해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 남편과의 대화 등 일상생활의 소소한 경험들이 모두 훌륭한 시의 소재가 된다고 말한다.
한씨가 시작에 입문한 것은 지난 89년. 대학(세종대 전신 수도사대 교육학과)졸업 후 잠시 교편을 잡다 결혼과 학께 직장을 그만둔 그는 결혼생활 10년 동안 1남1여를 낳아 키우며 무감각하게 현실에 안주해 버린 자신을 발견한 후 문득 「자신만의 일」을 갖고 싶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마침 수강생을 모집하던 모 백화점 문화센터 시창작 반에 등록하면서 열심히 시작에 매달린 한씨는 지난 2년간 1백여펀의 습작시를 썼으며 90년 10월엔 문예진흥원 주최 마로니에 여성백일달에서 입선하기도 했다.
『「언제든 시집을 내줄테니 열심히 해 보라」며 격려하던 남편(안명환·41·고교교사)과 엄마의 시 낭송을 텔리비전보다 더 좋아하는 큰딸아이가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한씨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전국주부백일장 수상자들의 모임인 「생활동인」의 일원으로 참여,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펼치리라 한다.
이번 백일장의 장원수상작 『장마』는 어린 시절 농사짓던 부모님께서 장마로 고생하시던 기억과 자신의 안일한 현실을 대비시켜 형상화, 「절제된 언어와 뛰어난 표현력」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아 만장일치로 장원에 뽑혔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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