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막은 「상호신뢰」/김종혁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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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성균관대 김귀정양 부검과 장례과정에서 장을병 총장의 행동이 돋보인다.
정부와 학생,제도권과 재야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만을 쌓아 올린채 충돌만을 거듭해온 것이 사실.
그러나 장총장은 충돌의 결과가 양측 모두에 파국밖에 안겨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켰고 양측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끌어냈다.
12일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평화적으로 치러진 고 김귀정양의 노제는 장총장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운구가 학교를 출발하기전 학생들은 화염병 수천개를 준비했고 경찰은 종로∼청계천∼을지로를 가르는 방어선을 치고 마주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학교에서부터 운구 행렬을 따르던 장총장은 경찰저지선을 넘어가 김원환 서울시경국장을 만났다.
운구행렬을 총장이 직접 쫓아가는 것도,그러한 총장을 시경국장이 현장에 나가 면담하는 것도 모두가 드문 일이었다.
『더 이상 장례가 전쟁이 되지 않도록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시민불편을 생각해 빠른 시간안에 평화적으로 치러주십시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충돌을 피해갈 수 있나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검찰의 부검강행과 학생·유족들의 결사반대가 맞부닥쳐 또다른 불상사가 예고된 6일 진압작전을 준비중이던 경찰과 김양대책위를 오가며 결국 파국을 막아낸 것도 장총장이었다.
장총장은 그러나 정부와 운동권 양측으로부터 비난도 동시에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더이상 밀어붙이기나 구호가 아니라 장총장이 보여준 협상과 타협의 양보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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