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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2선거구 두 후보의 24시(광역 표밭을 가다: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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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인의 각축… 하루가 짧다/김순배 후보 민자당 /낮에 시장·상가… 밤엔 포장마차 돌아
『때르릉….』
12일 오전 5시.
인천시 항동 라이프아파트5동 인천시 중구2선거구 민자당 김순배 후보(46)머리맡의 자명종 시계가 요란하게 울린다.
김후보는 곧장 집을 나서 1백m쯤 떨어진 연안교회로 가 결전의 순간까지 목표가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30분후 연안국교운동장으로 발길을 옮기자 20여명의 조기축구회원·조깅회원들이 김후보를 반갑게 맞아준다.
○교회나가 기원
운동장에서 가볍게 몸을 푼뒤 전날 계획대로 오전 6시30분쯤 종합어시장 입구에 도착하니 지난 1월 연안동 동장직을 그만둔 송태헌씨(55)가 남녀운동원 4명과 함께 홍보물을 들고 김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송씨는 이곳 동장으로 8년간 재직,관내가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해 김후보에겐 「백만대군」같은 운동원이다.
송씨의 안내를 받으며 어시장상인들에 대한 인사에 나서자 대낮같이 환한 백열등 불빛속에서 어패류·젓갈류를 팔고 있던 상인들이 바쁜 일손을 멈추고 웃으며 맞아준다.
연백상회 주인 최광배씨(61)가 김후보의 홍보물을 받아본뒤 김후보의 두손을 잡는다.
오전 8시40분쯤 어시장에서 2백여m 떨어진 라이프상가 3동 2층 4호에 마련된 20여평 크기 사무실에 「출근」하니 사무장 복성진씨(54)와 동생 준배씨(43·부천 복사골문고 대표)를 비롯,남녀운동원 10여명이 일과 준비를 위해 사무실정비·자료정돈·일정짜기 등을 서두르고 있다.
사무장 복씨는 10여년전부터 김후보와 함께 민족통일 인천중구협의회·인천지검 소년선도위·YMCA·새얼문화재단등 각급 사회단체에 몸담아와 김후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김후보가 시의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게 되자 지난 4월초부터 자신의 사업(철제가구판매)을 가족에게 맡기고 김후보를 돕고 있다.
상가1층 식당에서 아침을 거른 운동원 3명과 해장국을 든 김후보는 오전 9시30분 「상황실」에서 지구당(위원장 서정화의원) 조직부장 김상돈씨(38)가 참석한 가운데 연락소장 4명등 핵심 8명이 모여 조회를 갖는다.
○즉석 민원도 접수
각자 맡은 분야와 지역을 점검하고 특히 김후보의 남다른 캐치프레이즈 「깨끗하게,깨끗하게,그리고 또 깨끗하게」를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느냐에 대한 방안을 논의한다.
인천에서 대한서림을 운영해오면서 「좋은 사람을 만든다」는 일념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고 이같은 이미지를 이번 선거에 연계,공명선거풍토조성에 앞장서겠다는게 김후보의 의욕이다.
오전 10시10분쯤 다시 송씨의 안내로 연안부두 여객선터미널앞 상가방문에 나선다.
한 여성운동원이 도로에 주차된 승용차앞 유리에 홍보물을 놓으려하자 김후보는 『운전사의 기분을 상하게할지 모른다』며 만류한다.
정신없이 상가를 방문하던중 10시50분쯤 비서겸 운전기사가 『11시에 회의가 있습니다』고 알려주자 부랴부랴 지구당의 후보 및 사무장 회의를 위해 떠난다.
회의를 마치고 오후 2시 사무실로 되돌아온 김후보는 발걸음이 다소 가볍다.
지구당위원장 서의원으로부터 9일의 합동연설회때 유세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탓이다.
30여분간 오전일과 점검 및 휴식을 가진 김후보는 또다시 상가방문을 서두른다.
율목·도원·신선동은 그동안 한두번씩 방문했으나 연안동은 유권자가 전체 2만6백여명중 7천8백여명으로 4개동중 가장 많은데도 방문을 제대로 못해 중반전을 맞아 집중공략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여서인지 한산한 분위기인데도 회센터 아주머니들이 김후보 일행을 크게 환영하지 않는 눈치다. 먹으러온 손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연안부두상인번영회(회장 이영오)사무실을 찾으니 상인들이 버스노선변경이 절실하다며 시정에 반영해줄것을 건의한다.
어떤 사람은 『선후배(김후보와 상대방 이화용 후보는 제물포고 8회 및 13회 졸업생)끼리 경쟁하느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에 김후보가 『학교운동회때의 청군·백군 같습니다. 목적(지역봉사)은 같으나 당을 달리 선택한 것입니다』고 설명하자 그는 『페어플레이를 하면 좋겠다』고 악수를 청한다.
오후 4시40분쯤 사무실로 되돌아오니 고교 12년 후배이자 민자당 대외협력위원인 이원복씨가 기다리고 있어 김후보는 『아이구,정치선배님 오셨군요』하고 반긴다.
이씨는 13대 총선때 민주당후보로 인천 남동구에서 고교 18년 선배인 강우혁 현의원과 격돌,아깝게 낙선했지만 김후보에 비해선 정계입문이 대선배인 셈.
역시 고교선배인 경쟁자 이화용 후보를 후배로서 찾아뵙겠다는 이씨를 배웅하며 김후보는 1시간전 어느 횟집주인 아주머니가 『갈비탕 한그릇이라도 내야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살림을 잘해 세금 적게 내게 해드리겠다』며 설득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자정되어야 귀가
오후 5시30분쯤 오전에 미처 찾지 못했던 종합어시장 외곽과 버스표판매소·노점상을 일일이 찾아가 한표를 부탁한다.
손님들에게 자신이 나누어 주겠다며 김후보 홍보물을 한움큼 건네받은 50대 야채노점상 주부는 『사회가 안정되고 물가가 내려갔으면 좋겠다』며 『서민들이 잘살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무거운 주문을 늘어놓는다.
오후 7시40분쯤 사무장·동생등 핵심조직원 4명과 추어탕으로 저녁을 들고난 김후보는 야간포장마차를 찾아다니며 지지를 부탁한후 10시 가까이 되어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지역유지·선배·가까운 이웃에 전화를 걸어 측면지원을 호소한다.
밤 11시,조회때와 똑같이 석회를 갖는다.
이날의 계획 및 실행내용,미결사항,성과 및 특기사항 등을 차례로 점검한 다음 내일의 계획을 확정한다.
내일도 연안동지역을 집중 공략키로 결정을 본다.
자정가까이 되어서야 귀가길에 나서는 김후보는 『오늘은 좋은 사람,훌륭한 주민을 참 많이 만났다』고 스스로를 부추기며 『빨리 동이 터 「이웃」을 또 찾아보면 좋겠다』고 채찍질을 마다않는다.
◎이화용 후보 민주당 /“힘을 주십시오” 새벽부터 얼굴알리기
12일 오전 5시40분.
인천시 중구2선거구 범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당 이화용씨(40·항동 라이프아파트 3동)는 출근길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후보등록후 매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선다.
이후보는 잔뜩 찌푸려 금방이라도 비가 주르륵 내릴 것같은 하늘을 쳐다본다. 「심판의 날」까지 앞뒤 가릴 겨를 없이 뛰어야 하는 그로서는 궂은 날씨보다 그래도 쾌청한 날씨가 낫기 때문이다.
○출근주민에 호소
사업(정미업)을 젖혀두고 한달동안 자원봉사 해주겠다는 처남친구 지회룡씨(35)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신흥안국아파트단지 입구에 도착하니 고교동창의 동생 이화윤씨(39·사업)와 박대엽씨(37·민주당 인천 북갑 지구당 사무국장),여자운동원 박영경양(24)이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다.
「희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후보는 운동원들과 함께 아파트단지를 나서는 주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며 한표를 호소한다.
『기호2번 이화용입니다.』
『힘을 주십시오.』
이후보가 고개숙여 인사하자 발길을 재촉하던 40대초반 남자 1명이 다가가 『고생이 많습니다. 꼭 이겨야지요』하며 이후보의 손을 잡고 서너차례 굳세게 흔든다.
받아든 유인물을 버리지 않고 챙겨가는 주민들을 바라보며 이후보는 「민심은 범야권단일후보에 있다」고 느끼며 「인천시의회 만큼은 여야가 조화를 이루기를 유권자들이 바라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오전 9시20분쯤 항동7가 27 라이프상가 1동 3층17호 6평 남짓한 전세 1천만원짜리 선거사무실에 도착하니 사무장 김선만씨(55·수산업)와 지원차 나온 사촌동생 이명자양(28)이 이후보를 반긴다.
○“자원” 전화에 고무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치자 오전 10시쯤 민주당 인천시 지부장이며 선거대책본부장인 명화섭씨(전의원)로부터 『부정선거운동사례가 있으면 즉시 제시하고 범야권후보 단일화홍보에 주력하라』는 격려겸 전략충고 전화가 걸려온다.
이어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싶다』는 자원전화가 두세차례 오자 선거사무소안의 사기가 한층 고조된다.
동마다 둘 수 있는 연락사무소 하나 없고 운동원이라야 친·인척등 14명뿐인 이후보 입장에서 자원봉사자 1명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10시20분쯤 운동원이자 이후보의 부인인 이정임씨(36)와 노모 민복순씨(75)가 떡과 음료수를 싸들고 사무실을 찾는다.
곧이어 노정신문 인천지사주관 연안동 소년소녀가장 및 노인후원회 일일찻집이 열리는 인근 서울다방을 찾은 이후보는 중구청직원들이 이날 행사를 특정야당후보의 선거운동인 것으로 잘못 알고 업주·행사관계자를 조사하는 모습을 보곤 피식 웃는다.
마침 이 지역출신 구의원이자 민자당후보의 선거운동원인 전중현씨(40)가 다방으로 들어서서 이후보를 보자 『열심히 싸우라』며 악수를 건넨다.
이후보는 11시30분쯤 후보등록후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선거구인 율목·도원·신선동 사무소를 차례로 방문,동직원들에게 늦은 것을 사과한다.
도원동 사무소방문때 초록색 새마을 유니폼을 입은 여인들이 『2시반 기사식당으로 모이는 거다』며 주고받은 말에 몹시 신경이 쓰인다.
『혹 상대방후보의 향응이라도 베푸는게 아닐까』하고 추측하는 이후보는 『여당입장에선 어쩔 수 없겠지』라는 씁쓰레한 마음으로 남자운동원 3명과 함께 신흥시장을 누비기 시작한다.
한복집을 경영하는 60세쯤된 노파가 『아들(29·제물포고 졸)한테 얘기 잘들었다』며 『꼭 이겨라』고 이후보 어깨를 두들겨주자 이후보일행은 힘이 다시 솟는다.
어느 양복점주인(40)은 『인천 국회의원 모두 민자당출신이고 구의원 대부분 여당성향이어서 큰 일이다』면서 『이번 시의원엔 어렵게 단일화를 이룬 야당출신이 다수 당선되어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이후보를 격려한 다음 『어디어디 누구누구를 찾아가라』며 친절하게 안내까지 서슴지 않는다.
점심을 들기위해 선화동 숯불갈비집에 들어가니 이후보를 알아차린 20대후반 청년 2명이 『단일후보가 필승해야 합니다』며 반겨준다.
갈비탕을 먹고 있던 이후보일행은 느닷없이 번쩍거린 카메라 불빛에 몹시 놀란다.
○오해로 피로가중
20대 2명이 이일행쪽과 옆좌석 남녀 6명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향응을 베푸는 것으로 여긴 민자당쪽의 「현장증거포착」이란 생각이 들었으나 시비는 걸지 않았다.
이후보일행이 식당밖을 나서자 이번엔 중구 선관위직원 3명이 나타나 비디오촬영을 하려들어 이후보운동원 이화윤씨가 버럭 화를 낸다.
민자당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는 선관위원들을 설득시키고 비를 맞으면서 또다시 신흥시장으로 들어선 이후보는 표밭 일구기보다 고교선배인 상대방후보의 극성맞은 운동원들의 등쌀에 더 피곤함을 느낀다.
2시30분쯤 운동원들에 이끌려 도원동 사무소에서 귀동냥했던 기사식당을 찾으니 한복을 차려입은 여자 2명이 문안에서 삼삼오오 몰려드는 가정주부들을 안내하고 있다.
조금전 만나 「정보」를 준 중구선관위소속 승용차와 선관위원들이 식당주변에 있는 것을 보고 현장을 그들에게 넘긴뒤 운동원들을 채근해 이후보는 그곳을 떠난다.
『왜 적극 나서서 현장을 잡지 않느냐』는 운동원들의 성화를 이후보는 못들은 척한다.
『사무실을 무료로 빌려주겠다』는 선화동 김모씨(45)의 친구가 연결시켜준 라이프상가2층 점포주인 임모씨,고교동창 7∼8명을 차례차례 만나 지원을 약속받고 오후 10시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무실에 들어선다.
사무장 김씨등 핵심 4∼5명과 함께 하루의 성과를 분석해보고 내일의 계획을 세운다.
다소 취약지역인 신선동일대와 유권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파트(안국·라이프·연안·항운)를 집중공략키로 뜻을 모은다.<김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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