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후보인가(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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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민당과 김대중 총재를 위해 나를 밀어달라.』
『신민당 공천은 못받았지만 당선되면 김총재를 위해 일하겠다.』
전남 함평군 손불면 손불중학교에서 11일 열린 함평군 제1선거구 합동연설회장에 나온 신민당과 무소속의 두후보는 공천과정에서의 경합에이어 선거전에서도 맞붙은 라이벌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신민당과 김총재를 앞세워 「한표」를 호소했다.
이같은 광경은 비단 함평에서 뿐만이 아니라 광주·전남지역 대부분의 연설회장에서 공통되는 현상이다.
신민당후보는 물론 신민당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마저도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인물됨이나 지역공약은 뒤로 제쳐놓고 김총재와의 관계부터 꺼내기에 급급한 모습들이다.
여천군 제2선거구에서 무소속으로 나온 위장환후보(45)는 『신민당 중앙위원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김총재와 호남의 한을 풀기위해 일해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낙점이 떨어졌다』며 『당선만 시켜주면 다시 신민당에 입당하겠다』고 읍소했고 강진군 제2선거구 신민당 박희주 후보(58)는 『지난 37년동안 김총재를 모시고 살아왔다』며 『나를 뽑아 끝까지 김총재를 보필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영광군 제1선거구 신민당 김연관 후보(48)는 심지어 『김총재를 청와대로 보낼 수 있는 길은 나를 당선시키는 일』이라고 까지 말하기도 했다.
정치적 관심도 중요하고 당선도 중요하지만 지방의회선거라면 당연히 지역정책의 제시가 우선돼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함평군 손불국교유세장에 나온 김모씨(35·교사)는 『김총재를 팔아 표를 구걸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내고장을 위해 헌신하기보다 김총재 눈치보기에 더 바빠지지 않겠느냐』며 『김총재나 녹색간판만 내세우면 표가 몰려오리라는 판단에서 출마한 후보도 한심하지만 유권자들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을 계속해서 성립시켜 주는것도 큰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은 물론 뿌리깊은 지역감정 탓이다.
그러나 지방의회 의원후보들 마저도 지방색을 악이용,내고장의 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기 보다는 김총재를 팔아 당선되고 보자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해서인지 유권자들이 다함께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할때가 온 것 같다.<특별취재반=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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