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회가 꿀단지인가(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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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도청을 유치해 구미를 발전하는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대구시 지하철을 경산까지 연장,교통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광역의회의원 입후보자들중 여당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일부다.
『서민주택과 영구임대주택을 대량건설해 서민들의 집없는 설움을 일소하겠습니다.』
『뽑아만 주신다면 정부의 실정과 부패를 몸으로 막아내겠습니다.』
이것은 지역을 막론하고 야당 및 무소속출마자들이 즐겨내세우는 공약(?)들이다.
경북도의 경우 10일까지 광역의회 출마자들이 토해낸 공약은 ▲지역경제활성화 37건 ▲지역개발 30건 ▲사회복지개선 23건 ▲교육문화시설확충 15건 ▲환경공해문제해결 12건등 모두 1백17건. 첫합동연설회가 열리지 않은 선거구가 절반정도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그어느 때보다 풍성한 「공약의 봇물」을 경험하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추가 될 광역의회 의원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풍성한 공약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탓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백화점방식의 공약남발행태속에서 그들의 진의와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모처럼 이루려는 지방자치제의 실효까지 의문시된다는데 있다.
광역의회를 무슨 꿀항아리쯤으로 여기는 일부 후보와 이와는 달리 국회에 버금가는 싸움터로 생각하는 또다른 부류의 후보들이 토해 놓는 각종 공약성 공약들로 유권자들은 벌써부터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후보자들간에도 공약과 자질에 관한 시비가 곳곳에서 일고 있다.
여당후보의 「도청유치 적극추진」공약에 대해 「허망한 공약」또는 「실현가능성 없는 망발」이라는 대응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읍단위 지역에 대학을 설립하겠다고 우기는 후보와 도의회에서 농수산물 수입을 적극저지하겠다는 장담도 한치 양보없이 계속된다.
광역의회가 과연 무엇인지,광역의회의원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나 알고있을까 의심스런 상당수 후보들의 말의 성찬사이로 한 촌부의 냉소가 유난히 귓전을 때린다.
『저러다가 선거끝나면 그만인걸,뭐.』<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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