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요「족보」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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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 정서와 애환을 닫고있는 가요의 뿌리를 찾고 정통의 맥을 살리기 위한 한국가요사 편찬위원회가 발족됐다.
가요계 원로들을 중심으로 파편화 된 근대이후의 대중음악자료를 집대성하고 우리고유 가요의 특성과 미학을 정립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원로작곡가 나음파씨를 편찬위원장으로, 한국연예협회 가요창작분과위원장 조영근씨·작곡가 여야성씨·가장 많은 가요자료들을 소장하고있는 김정룡씨가 편찬위원을 맡고 반야월·황문평·김정구씨 등이 고문으로, 다수의 작사가·작곡가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있다.
가요사편찬위는 5년여에 걸친 자료수집·사서편찬을 기획,20년대 일제시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 대중음악을 정리해낼 예정이다.
편찬위는 우리 가요의 역사를 해방 전, 해방공간, 6·25동란이후의 3기로 크게 분류하고 점차 인멸되어가고 있는 일제시대·해방공간의 가요관계 자료를 집중 발굴키로 했다. 특히 해방이후 월북한 창작인들의 작품과 활동을 재조명하기 위해·통일원·문화부와 협의, 북한측 음악자료들도 대거 포함할 방침이다.
또 일본·미국 등 해외동포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도 수집, 세계적 대중음악 속에 우리가요의 위치와 고유의 특성을 정립하는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편찬위는 20세기초 민요와 가사문학에서 유래해 민중의 정서와 생활을 그대로 담고있는 가요의 연원, 일제시대 일본 엔카의 영향에 대응한 우리가요의 정맥, 50년대 이후 서양대중음악 보급과 함께 성장한 현대가요들의 발전을 다룬다.
또 단편적으로 연구되고있는 작품의 연대기·가요인물사·야사 등을 한데 모아 철저한 고증을 거쳐 객관적 준거가 되는 정사로서의 가요사를 확립할 방침이다.
나음파 편찬위원장은『문학사로서의 대중음악 역사가 전혀 정립되지 못한 현실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음악유산을 보존하고 현재·미래의 대중음악인들의 자긍심을 높여 줄 가요사 편찬은 너무 시급한 문화사업』이라고 강조하고 『가요인들은 물론 공적기관 및 각계 각층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거의 골동품화 한 30년대 이후의 음반·가사·악보 등 가요사료를 대거 소강하고 있는 김정룡 편찬위원은『최근 상업가요에 의해 사뭇 저급문화로 취급되는 가요의 현실은 역사의 뿌리를 찾지 못하고 우리 문화계 전체를 주도했었던 가요의 훌륭한 점을 계승하지 못한데 있다』며 가요사 정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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