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진 중생 위해 나섰어요|강원도 의원에 도전하는 스님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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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성직자로서 사욕 없이 못 가진 중생들과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민주당 광역후보로 공천 받아 강원도 명주군1선거구에서 입후보한 정재일 스님(41·송나사 주지·법명 적멸) 은「지금까지 쌓아온 수도정진의 자세로 이번 선거전에서 끝까지 선전분투 할 각오』라고 말했다.
정 스님의 이번 출마는 여권강세의 지역특성에 따라 인물난으로 고심하던 민주당 지구당에서 참신한 새 인물의 이미지 부각을 겨냥해 중앙당에 추천, 이루어졌다.
강원도 유일의 승려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정 스님은 1일 오후 후보등록직후부터 승복차림에 참모 진들과 함께 주문진항 부두와 시가지·농촌지역을 누비고 다니며 표 갈이에 나섰다.
그는『중이 무슨 정치냐』는 일부 비판에 대해『성직자이기 때문에 사심 없는 참봉사가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응수하며 『벌써부터 타락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참신하고 깨끗한 새바람을 불어넣고야 말겠다』며 다부진 포부를 폈다.
『흔히 선거 때마다 보아왔듯이 나만이 애향심을 가진 양 갖가지 현란한 수사를 구사하거나 실현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며 유권자를 현혹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특히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이번 광역선거에서 전문정치꾼은 반드시 배제돼야 한다고 봅니다.』
선거는 금력·조직 보다「인간의 진실성」에 바탕을 둘 때 참다운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정 스님은 자신의 선거비용이 공탁금 (4백만원) 을 포함해1천5백만원 선이라고 밝혔다. 평소 교분이 두터운 스님들과 신도들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고 선거운동원도 청년신도회원 등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져 이 정도 비용이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주문진읍 유권자수는 1만9천명으로 4파전을 예상한 당선권은 6천여 표.
정 스님은 전체 유권자중40%에 달하는 불교신도 층을 기반으로 유세 등을 통해 승산이 있는 선거전을 펴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경북 영천이 고향으로 17세 때 불가에 입문한 후 전국유명 사찰을 다니며 참선·수도를 거쳐 75년부터 송나사에 정착한 뒤 사랑방 소법회 등을 통해 활발한 포교활동을 펴온 정 스님은『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문진=권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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