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이태원 『장군의 아들Ⅱ』 개봉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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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태원 (1936년생)이 완전한 신참으로 제작계에 뛰어 들어 불과 7년만에 무려 18편을 제작하면서 깨지고 일어나고 요란하니까 제작계에 선 『저 친구, 뭐야?』하는 시기의 눈초리도 따가웠다. 그러나 영화계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직업 영화인들은 늘 일이 있으니까 그를 환영할 수밖에…. 그래서 순식간에 한국 영화계 대부 소리까지 들을 지경이었다.
온상비만파로 제작 안해서 악명 높은 최고참 제작자 곽정환이 하루는 『야, 나 좀 보자우』하고 이태원을 불러 『네, 거 성공의 비결이 뭐야? 나도 좀 알자우』했다. 현존 최고참 PD 1호에 재벌급 극장주가 신출내기에게 그런 말을 하니 이태원이 곧이 들릴 리가 없다.
『여보, 농담 마시오』하고 웃어버렸지만 곽정환은 진심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말해주지 하고 내놓은 의견이 ①감독은 자기 개인 기호에 따라 남녀 스타를 선택하니까 객관성이 결여된다. 이때 제작자가 조금 간여할 필요가 있다 ②스태프들의 밥값 깍지 말 것. 2천5백원짜리 된장찌개 먹겠다는 것을 2천원짜리로 먹으라면 좋아할 스태프 하나도 없다. 화나고 사기 저조한 스태프가 만드는 영화가 어떻게 좋을 수 있겠는가 ③듣건대 제작부에서 예산 가져오면 무조건 30% 깎는다는 소문인데 그렇게 되면 예산 자체가 1백30%로 올 것이 뻔한데 깎아서 뭘 해-라는 것이었다.
이태원은 자기 주장으로는 돈 벌었을 때 그걸 혼자 먹지 않고 가능한 한 나눠 먹는다고 말한다. 즉 한 영화가 히트했을 때에는 응분의 사례를 스태프들에게 한다는 뜻이다. 제작자중에는 히트했을 때 보너스를 많이 내겠다고 약속했다가 약간만 내는 사람도 있고, 아예 입 싹 씻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직업 영화인들로부터 욕을 안 듣는 제작자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이태원 주변에는 유명 감독을 비롯해 많은 영화인이 늘 들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일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겠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덕 비슷한 것도 있는 것이 아닐까.
연기자들 중에는 (감독 지칭은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인상) 집에 무슨 일이 있다고 큰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갚겠느냐고 하면 이목 영화에서만 작품출연으로 때우겠다고 한다. 그래서 상당히 큰돈을 주면 어느새 다른 집에 가서 출연하고 있다.
이럴 때는 퍽 섭섭하다. 영화계에 선 모든 종사자가 상호 협조해 같이 커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을 당하면 배신감으로 화가 난다.
한때 완전한 신인인 이규형 감독을 써서 의외의 히트를 한 적도 있다·『청춘 스케치』 (87년)가 26만명, 『어른들은 몰라요』 (88년)가 22만명 들었던 것이다. 이때쯤 카메라맨 출신 이석기 감독이 『성 이수일뎐』을 만들고 필자에게 보라고 해갔더니 시사실엔 지방 흥행사들만이 와 있었다. 이때 그 영화 제작자 최춘지가 이태원 (지방도시극장 소유주)을 보더니,『야, 이형 끗발정말 못 당하겠는데. 아무걸 만들어도 다 되니 말야』하고 농담 반 감탄하고 있었다. 영화 흥행을 섰다의 끗발로 비유하는 말이 필자에겐 몹시 흥미 있었다. 이태원이 한때 세무 사찰을 받고 혼난 적이 있다. 업계에선 시기로 누가 찔렀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누가 찌른 것이 아니고 외제 차 타고 다니는 작자들을 칠 때 자기도 어쭙잖게 도요타를 타고 다닌 것이 원인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그때 세무 사찰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있다. 공연히 하는 말이 아니고 세무 사찰을 받고 나니까 자기 돈은 거의 없고 다 남의 돈으로 이러쿵저러쿵 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사업한다는 사람들 중엔 자기가 만지는 돈이 자기 돈 인줄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을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지금 임권택 감독이 초스피드로 맹 촬영 중인 『장군의 아들Ⅱ』는 I때 뽑은 42명, 새로 뽑은 25명의 연기자를 쓰는데 1백40㎏짜리 거구들이 휙휙 날고 사뿐히 내려서고 하여 무척 재미날 것이라고 선전한다. 이 영화는 미국 직배 영화 배급 방식으로 전국 일원에서 일제히 개봉할 복안을 가지고 있다.
단기 승부 방법이라고나 할까. 장선우 감독이 할 『경마장 가는 길』은 원작자 하일지가 각본도 썼다. 오락 영화도 하고, 제대로 생긴 것도 하고, 쉬지 않고 해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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