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광고 TV서 외면 설 자리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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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로 10년째가 되는 공익광고가 TV에서 외면 당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81년부터 「저축의 생활화」 「에너지 절약」 「질서」 「가족계획」 「불조심」 등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가 세련되고 인상적인 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건전한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기여해 왔으나 상업광고에 밀려 자리를 찾지 못하고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TV와 라디오에서 방송된 공익광고 횟수는 각각 1백58회, 1백91회에 이른다. TV의 경우만 보더라도 3개 채널에서 월평균 18회 정도 공익광고가 방송되며 결국 한 채널에서 1주일에 1번 남짓 방송한 셈이 된다.
올림픽을 전후로 한 채널에서 하루 평균 3∼4회 방송된 것에 비해 크게 감소했으며 광고문 제작 편수도 87년 76편에서 90년엔 절반 수준인 41편으로 줄어들었다.
이같이 방송사가 공익광고에 인색하게된 것은 20초 방송에 평균 6백만원 정도 수익을 올리는 상업광고 시간도 모자라는 판에 무료인 공익광고를 방송할 시간을 편성할 필요가 없다는 방송사측의 상업주의 때문이다.
또한 공익광고를 일정량 방송해야한다는 의무규정도 전혀 없어 자칫 공익광고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공익적 측면이 강조되는 방송의 역할을 감안한 비상업적 캠페인광고프로도 공익광고협의회의공익광고보다 방송사 자체가 제작한 프로가 훨씬 선호되고 있다.
방송사 자체 캠페인 프로에는 제작비는 물론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 「협찬」광고가 딸리게 된다는 점이 배후에 깔려있다.
이에 따라 방송사측은 공익광고방송도 일정한 광고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익광고협의회는 올해 25억원을 들여 공익광고를 제작·홍보하고 있으나 TV광고로는 외면되는 바람에 실효가 크게 우려된다.
또 공익광고 예산은 공익자금의 지원이 전혀 없고 광고공사 자체예산으로만 편성토록 돼있어 TV에서 요구하는 광고료를 책정할 여유가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공익광고 예산의 거의 대부분은 영상프로그램 제작에 쓰이고 있다.
공익광고협의회는 최근 2000년까지 장기계획으로 「온 누리 깨끗하게」라는 대주제하에 환경보전을 위한 다양한 광고캠페인을 만들고있다.
공익광고가 단순한 광고차원을 넘어 극적인 영상미를 추구하며 공적인 영상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가려했던 83년 발족 당시 공익광고 협의회의 의욕이 거의 무색해지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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